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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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의 카드를 만들어 “내가 문제의 미란다입니다.”라고 호소하는 마케팅으로 근근이 돈을 벌며 살던 그는 술집에서 일어난 시비 끝에 칼에 목을 찔려 숨지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미란다 살해용의자”를 체포했던 경찰은 미란다를 체포했으나 피의자의 권리를 설명해주지 않았던 바로 그 경찰이었다. (p.35)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없이 나오는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권리가 있으며 지금부터 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가 '미란다의 원칙'임은 누구나 알 것이다. 나 역시 형법개론 시간에 미란다의 원칙을 배웠고 영화를 부지런히 봤기에 저 문장을 완전히 또박또박 말할 수 있지만, 미란다가 어떤 범죄를 저질러서 저 소리를 들어야 했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이 책에는, 그런 '비화'들이 가득 담겨있다. 원래 비밀이 전혀 지켜지지는 않지만 “이건 비밀인데~”하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않나. 이 책에는 알만한 사람은 알지만, 비밀인 이야기들이 잔뜩 담겨있다. 심지어 주된 주제가 범죄다. 그래서 더 재밌고 흥미로우며, 첫 장부터 끝장까지 “써먹을”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대중적인 역사를 이야깃감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아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면의 이야기를 해주다 보니 저절로 귀가 쫑긋해진다. 드라마의 단골 대사가 된 미란다부터, 철강왕 카네기, 간첩의 대명사 로젠버그 부부, 희대의 악마 지존파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흔든 범죄들을 곱씹어준다. 그저 사진과 글씨가 전부인데도 “꼬꼬x”를 보기라도 한 듯 내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더이상 남은 페이지가 없는 것을 알았을 때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아니, 작가님 여기서 이렇게 끝나면 어떡해요. 그래서 2권은 언제 내실 거예요? 딸한테는 여러 건 들려주셨잖아요!” - 작가의 전작이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시리즈 - 하고 따지고 싶을 정도였다. 이미 다른 책에서 읽은 이야기도 있었고, 처음 보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구면이든 초면이든 관계없이 작가의 문장에 매료되어 잠시도 눈을 뗄 겨를이 없는 책이었다.

 

나는 원래도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많은 역사서를 읽지만, '읽어야 하니까' 읽는 역사서가 있고, '너무 재밌어서' 읽는 역사서가 있다. 이 책은 완전한 후자에 속한다. 역사 속 사건들을 재밌게 다시 읽고, 그것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다시는 그런 나쁜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쩌면 좋을까 고민까지 하게 되는 것. 독서부터 독후활동까지 척척 하게 만드는 책이 어디 흔한가. 재미있게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의문이 든다. 이 사람은 역사에서 그래도 좋은 역할인가 나쁜 역할인가. 역사는 기록자에 의해 달라진다고 하는 말이 새삼 이해가 간다. 그늘에 가려진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낯선 각도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기에 더 많은 생각을 주는 것이다.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이로운 역사에 대해 감사하게 하는 책이다. 작가님이 낸다고 소문낸 적도 없는 2권이 저절로 기다려지고, 나쁜 놈 말고 '운 없는 놈'이나 '시대를 잘못 타고난 놈'이 야기도 해달라고 조르고 싶어지는 책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삶의 굽이굽이마다 역사서를 읽었고, 역사의 인물들에게서 답을 찾으려 노력해왔다. 젊은 나는 '영웅'들의 삶을 쫓으며 더 잘살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악인'들의 삶에서 잘못된 것들을 찾고 그것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나이다.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들여다보니 이 책이 내게 묻는 것 같다. 너는 이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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