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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주도 학습을 만드는 엄마의 언어 습관 - 공부머리 대화법
이해성 지음 / 포르체 / 2022년 10월
평점 :

현재 대한민국의 시험과 평가 문화는 자신의 내면에 솔직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당당하고 자율적이라고 칭찬하지 않는다. 시험이 코앞에 있는 수업 시간에 질문하면 오히려 단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만 하는 다소 이기적으로 독특한 사람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때그때 표현하고 질문하는 행위는 오히려 유별난 행동으로 튀기 좋아하는 성격을 반증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p.58)
아이가 더 어렸을 때는 육아서를 훨씬(아니, 훠어어얼씬)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덜 읽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소위 잘난 엄마들의 육아 방법을 어쭙잖게 따라 하다 아이에게 혼란만 가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둘째는 나와 아이의 합이 아무리 잘 맞아도 아이가 학생이 되었을 때 한국의 교육과정에 맞추지 못하면 우리의 시간까지 나쁜 평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팔랑이다 못해 어디로든 날 수 있는 나비 같음을 이겨내기 위해 육아서보다는 인문학으로, 혹은 심리학으로 내 마음을 먼저 단단하게 만들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왜 읽었냐고? “자신만의 언어로 독립하는 사람”을 교육목표로 둔 사람에게서는 성적 그 너머의 것을 하나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말 그랬고.
이 책의 저자는 '기적의 콘텐츠 영어 수업'이라는 책을 낸 이력이 있다. 사실 그 부분이 내게 고민을 준 계기였다. 어릴 때 영어를 몹시나 즐거워하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영어를 거부하기 시작했고, 부작용을 우려하여 영어를 접었던 과거가 있던 것. (막상 내가 놓으니 아이는 영어에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오, 날개여 팔랑이지 말자)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다른 것은 욕심내지 말고, 아이의 언어가 즐겁고, 풍성해지는 엄마의 말만 배우자고 다짐했다. 특히 많은 생각을 한 부분은 2장이었다. 아이를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내기 위해 조심해야 할 것들을 유념하여 읽었다. 또 다소 순종적 성향을 가진 우리 아이가 '의존적 성향'이 되지 않도록 아이가 건강한 독립체가 되기 위해 조심해야 할 부분 역시 한 마디 한 마디 꾹꾹 눌러 읽었다. (나 역시 아이에게만 너무 집중-혹은 의존-하는 엄마는 되지 말자.)
'엄마의 언어기술'이 시전하기 위한 '엄마의 대화법' 부분도 도움 되는 내용이 참 많았다. 아이와의 대화를 열어가기 위해 어떻게 물꼬를 트면 좋은지에서부터 아이가 생각을 확장하거나 균형을 기르고, 나아가 회복 탄력성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말들까지 기록되어 있어 나처럼 아직은 아이가 어린 엄마들에게도 도움 되는 말이 많았고, 학습능력이나 메타인지 역시 포함되어 있어 고학년 엄마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의 기술이 잘 연습 되어 이제는 학습에 초점을 두신 부모님이라면 4장을 집중해서 보신다면 영어 능력향상에도 도움을 얻으실 수 있으실 터.)
두 밤을 이 책과 보내고, 오늘 에필로그를 다시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특히 마음에 닿은 말은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란 말이었다. 어쩌면 많은 부모는 자신이 '태생적 한계'를 이겨내고자 자신의 모습에 자식을 대입하는데, 아이가 인정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스스로 그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님의 의도를 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나를 인정하는 엄마의 눈에서 아이는 자신감을 얻고, 긍정적인 엄마의 언어에서 '언어가 가진 힘'을 배운다. 그리고 그 힘이 결국에는 아이의 능력이 되게 하려고 더 노력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