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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 - 인류 문명을 이끈 놀랍고 신비로운 동물 이야기 ㅣ 한빛비즈 교양툰 18
카린루 마티뇽 지음, 올리비에 마르탱 그림, 이정은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8월
평점 :

생물에는 서열이 없다. 다시 말해 인간은 동물이나 식물보다 우월하지 않다. 계통수의 꼭대기가 아니라, 다른 종들과 더불어 그 가지 하나에 위치한다. (p.15)
나와 소통하고 지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빛비즈의 책을 아주 좋아한다. 나를 '한빛비즈 팬클럽'에 발들이게 한 것은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 였고, 굳히게 한 것이 바로 '교양툰'이었다. 교양툰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곤충을, 양자역학을, 해부학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99.9% 문과인 나로서는 적으면서도 여전히 내가 양자역학을 읽어낸 사실이 기특하고, 놀랍다) 지난주에는 '동물'을 읽었다. 책 자제도 재미있었지만, '곤충'을 읽은 뒤라 그런지 한층 쉽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동물은 우리에게 먼 단어가 아니다. 일단 우리부터 동물이고, 동물과 함께 더불어 먹고 살아왔다. (때론 동물도 먹고) 발전의 역사에도, 정복의 역사에도 그들이 함께였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의 과거이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며, 앞으로 인간과 동물의 이야기이기도 해 더욱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기회주의의 역사'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동물이 인간의 본보기가 되어 대신 죽고 죽이며, 결과적으로는 인간이 생태계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인간의 흔적으로 어떤 늑대는 개가 되었고, 인간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도 했다. 다른 책에서도 읽은 적 있는 내용이지만, 그림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다시 읽으니 한층 짙은 느낌이었다. 책에서도 나오듯 고대의 벽화가 불빛으로 한층 강렬해 보인 것처럼, 생생한 그림으로 풍성해진달까.
또 비건들이 지지하는 스타일의 음식들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는 플렉시테리언 정도로 종종 육류를 섭취하지만, 윤리적이지 못한 방식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기에, 또 지구가 아름다운 푸른빛으로 오래 지속하기를 바라기에 한줄 한줄 꼼꼼히 읽었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과거부터 지금, 또 미래까지 너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현안이 대단하다 느껴졌고, 읽는 내내 한 장도 늘어짐 없이 흥미롭고 풍성했다.
과거에는 나도 만화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었다. 만화책을 몹시 좋아하면서도, 만화는 다른 것보다 지식을 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교양툰을 포함한 학습만화, 지식 만화를 만나며 만화에 대해 매번 놀란다. 텍스트가 미처 담지 못하는 부분까지 담아낸다고 할까. (물론 만화라서 담지 못하는 영역도 있겠지만) 이 책 역시 그랬다. 만화로 쉽게 읽어내면서도 역사 속에서 동물의 역할에 대해 다시 깨달았고,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과 차이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우리를, 또 동물을 보아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교양툰 덕분에 꽤 묵직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