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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반짝이는 밤
카롤린 페 지음, 아망딘 들로네 그림, 김영신 옮김 / 꼬마이실 / 2022년 9월
평점 :

나는 엄마가 되기 전에도 그림책을 사 모으던 사람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그림책이 주는 위안이 좋아서, 멍하니 그림책을 바라보는 게 좋아서 늘 곁에 두고 살았던 것 같다. 덕분에 아이는 나의 그림책 친구이자 때때로 '그림책을 얼마든 사도 되는 좋은 핑계(?)'가 되어준다. 그런 나에게 요즘 무척이나 사랑받은 그림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야기가 반짝이는 밤”이다.
일단 이 책은 일러스트가 너무 예쁘다. 검정, 흰색, 파란색. 딱 세 가지 만으로 이토록 영롱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음이 놀라울 정도로 넋을 놓고 보게 되는 페이지들이 꽤 많다. 매력 넘치는 태양의 표정이나 꿈속의 앨리스 토끼, 불이 꺼지지 않는 밤 등의 모습은 액자에 담아 거실을 장식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또 그 일러스트만으로도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어찌나 많은지! 책에 등장하는 '상상의 밤'처럼 이 책과 함께 하는 우리의 밤은 매일 상상의 대화들이 이어졌다.
우리 아이는 처음에는 그저 '까만 종이'로 된 책이 신기하다며 책을 펼쳤는데, 이내 이 책에 풍덩 빠져 여신들이나 태양의 변화하는 모습을 매우 꼼꼼히 관찰했다.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닿기까지 수일이 걸렸으니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매력적인 일러스트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일러스트만 좋을까? 아니. 내용은 또 어찌나 알차고 다양한지! 낮과 밤, 달, 지구, 별, 태양계 등 천문학적 이야기부터 밤의 축제, 역사 속의 밤, 다양한 동물들까지 상식적인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도 축제, 여신들 같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도 가득하다. 한꺼번에 전체를 읽기보다는 며칠에 걸쳐 각 분야를 꼼꼼히 만난다면 아름다움과 알찬 내용 둘 다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터.
우리 아이는 밤에 이 책을 읽고, 낮에는 다른 책에서 이 책과 연관된 내용을 찾아보며 며칠을 보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야기가 반짝이는 밤이었고, 상상이 반짝였으며, 아이의 눈도 반짝였다. 사실 나는 그림책은 그림체가 좋거나 이야기가 좋거나, 혹은 그저 재미있거나 셋에 하나만 하더라도 충분하다고, 충분히 행복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 책은 그 세 박자를 고루 갖춘 책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