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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도서관 ㅣ 다봄 어린이 문학 쏙 3
앨런 그라츠 지음, 장한라 옮김 / 다봄 / 2022년 9월
평점 :

아이들 각자가 무얼 읽을 수 있고 읽을 수 없는지 결정하는 권한은 부모님 각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결정을 강요할 수는 없죠. (p.309)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소녀가 비밀을 품은 듯 “쉿!”을 하는 예쁜 표지이기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한층 더 궁금했다. 심지어 제목도 “위험한 도서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장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되는 도서관이 위험하다니. 표지도 제목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내용도 너무 흥미진진하여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이 책만큼은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사랑하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ㅎㅎ)
착한(겉으로. 속은 상처와 슬픔이 가득한) 딸의 전형적 모습인 에이미에게 도서관은 위안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도서관에서 책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이 읽기에 부적절한 책”들을 가려 금지도서로 지정해버린 것. 에이미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반란(?)을 벌인다. 금지도서로 비밀도서관을 운영하기로 한 것. 이상하게도 많은 아이들은 비밀도서관의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그것을 부지런히 대출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게 되면 더는 비밀이 아니듯, 트레이의 덫에 걸려 도서관은 발각되고 정학을 받게 된다. 줄거리만으로는 이 책이 뻔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읽을 자유, 양질의 도서를 선택하는 눈 등에 대한 아이들의 대화가 매우 흥미롭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모습 등이 큰 울림을 준다. 부모님이 정해준 모습으로 아이가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이 책은 상당히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다면 이 책은 필독서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배울 수도 있고, 무엇인가 불만을 품었을 때 치기 어린 반항이 아닌 자신들의 선에서 할 수 있는 행동과 그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어른들에게는 '언론의 자유'는 어른만의 것이 아님을 생각해보게 하고, 어른의 눈과 아이의 눈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가 많은 것을 제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20살이 되었을 때, 갑자기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자유'라는 이름의 방임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