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왔어요 - 멸종 위기 동물이 인간에게 보내는 기억도감 2
이재혁 지음 / 자연과생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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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에게 자꾸 한가지 열매만 먹으라고 해요. 저는 달콤한 과일을 더 좋아하지만, 이거라도 먹지 않으면 배고픈 밤을 견딜 수가 없어요. 어느 날 몸이 아픈 친구를 사람들은 우리 밖으로 데려갔어요. 요즘은 저도 몸에 힘이 없어요. 이제 저도 이곳에서 나갈 시간이 된 모양이에요. 


(p.14 아시아사향고양이의 편지 중)

 


 

지난주 읽은 '멸종위기 동물'에 관한 도서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 읽은 책은 “편지가 왔어요” 였다. '멸종위기 동물이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책은 100마리 정도의 멸종위기 종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꽤 깊은 이야기들까지 다루고 있다. 아이는 큰 글씨 “편지” 부분만 같이 읽었는데, 손 닿기 쉬운 곳에 두고 내용까지 다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책이었다. 

 

솔직히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걱정이 많았다. 아이가 너무 슬퍼하거나, 내용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하는 우려였다. 그 우려는 스무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현실이 되었는데, 아이는 도대체 사향고양이에게 왜 한 가지만 먹이냐고 묻더라. 엄마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먹을 “비싼 커피”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원두만을 먹는다는 내 이야기에 아이의 눈은 크게 흔들렸다. 문득 생각했다. 아이와 이 시기부터 이런 책을 읽지 않으면, 우리 아이도 그저 '남들이 좋다니까' 코피 루왁을 마셔보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자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자신만 귀하다 여기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세상을 다양하게 만나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드라마에 등장하여 많은 이들에게 이름을 알린 '남방큰돌고래'부터 '장수거북' 등 꽤 많이 알려지고, 멸종위기에 대해 사람들이 긴장감을 가진 동물들도 많이 소개되었고, '비늘발고둥'이나 '사슴뿔산호'등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보호되어야 할 개체에 관해서도 소개되었다. 모든 동물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고, 나를 각성하게 했지만, 우리 주변에 흔해(?) 걱정하지 않았던 동물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어떤 동물 이야기냐고? 그것은 바로 '고라니'. 당신은 고라니가 멸종위기에 처했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고라니는 전 세계를 기준으로 잡으면 멸종위기 종이다. 북한에서는 이미 거의 사라졌고, 중국에서도 약 1만 마리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최대 75만 마리 정도로 추측이 되는데, 심지어 농작물을 망치고 교통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유해조수'가 되어 일 년에 10만 마리 정도가 사냥당하고 있고, 로드킬이나 밀렵 등으로 매년 20만 마리의 고라니가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중대형 포식자가 사라져버린 탓에 고라니 개체 수가 자연스럽게 조절될 수는 없지만, 인위적인 개체 수 조절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또 그들이 도로를 지나 농작물을 파헤치러 오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산을 파헤치고 산속 먹을거리를 빼앗았기 때문 아니던가. 

 

이 '편지'들은 반드시 많은 수신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동물이 생을 이어가고, 다양한 종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지구를 유지할 수 있다. 몇몇 개체가 사라진다고 하여 '인간의 생'에 타격이 오지 않는다는 착각은 지나친 오만이다. 우리도 그저 자연 일부이기에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이 당연하다.

 

어른은 당연하고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노출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이들은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꾸준히 배워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에 대해 한 번 만에 이해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처음에는 종이를 켜켜이 쌓아 만든 '페이퍼아트' 아름다운 동물의 모습만 보고, 두 번째는 글씨가 큰 편지만 읽고, 서서히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 하루 한 장이라도 그들의 편지를 많은 이들이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력'이라는 답장을 다 같이 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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