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서 보내요 내 손을 잡아 줘요 1
김흥식 지음 / 씨드북(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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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많은 분이 이 책을 읽어주세요. 그래서 손을 잡아달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어주기로 해요. 그들의 사인을 우리가 다 함께 눈치채주기로 해요. 제발 ※

 

 

처음 책을 받아들고 그 자리에 선 채로 이 책을 열었는데, 나는 책을 덮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서서 꺽꺽 울었다. 그냥 눈물을 흘린 것도 아니고 소리 내서 꺽꺽 울었다. 그리고 한동안 감히 다시 열어볼 엄두도 못 냈다. 가슴이 아파서. 마음을 다잡고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책을 펼친 지금도 한참이나 울고, 코를 훌쩍이는 중이다. 내가 감수성이 예민하기는 하지만 아마 자식을 낳아 키우는 '일반적인' 부모라면 누구나 이 책을 울지 않고 읽기 어려울 것 같다.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봐 주시라. 이 무인도가 어디인지 아시겠는가. 낡아빠진 슬리퍼. 찌그러진 밥통. 널브러진 소주병. 맞다. 가정폭력의 신호들이다. 언제인가 아이들이 당한 폭력의 1위가 가정폭력이고, 그 수단이 손과 발, 슬리퍼, 가전 도구 순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이 표지에 겹치는 것 같아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부터 났다. 운이 좋으면 오래된 라면을 먹을 수 있고, 개미나 구름을 보는 것이 고작인 삶. 해가 지면 죽은 척 이불 아래에 숨어야 하고, 괴물의 난동이 끝날 때까지 숨죽여야 하는 삶. 감사하게도 나는 그런 공포를 겪어본 적이 없지만, 한 장 한 장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아이들에게 가정폭력은, 집이 무인도가 되는 것이고 폭력 가해자는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괴물이 되는구나. 밥솥은 따뜻한 밥을 담는 용도가 아니라 던져지고 찌그러지는 거구나. 어쩌다 한 번 '라면 먹는 날'이 기쁜 이벤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빛'인 아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미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울기만 했고, 두 번째에는 작가님은 이렇게 가슴 아픈 책을 왜 만드신 걸까 원망했다. 그러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이 책이 세상에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만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고, 짧은 순간 내보일 사인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 채줄 수 있다. 또 '무인도'에 갇혀 사는 아이들도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누군가가 나를 꺼내줄 수 있다고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아이들도 이 책을 읽어 같은 반 친구의 아픔을 눈치챌 수 있어야 하고, 어른들도 이 책을 읽어 손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그저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어린 생명을 구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도록, 많이 이들이 이 책을 읽어주시면 좋겠다. 슬퍼하고 아파하고, 행동하시면 좋겠다. 

 

간절히 기도한다. '무인도'에서 죽은 척하며 밤을 보내는 아이가 없기를. 아니 그래도 혹시나 있다면, 도움을 청할 용기를 낼 수 있길. 또 그 손을 본 어른들이 누구라도 기꺼이 나서주기를, 손을 내미는 아이가 있다면 나도 용기 내 그 손을 잡아줄 수 있길. 당신도 그래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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