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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평점 :

“협박을 당할 때는 그렇게 하는 거야, 제인. 누가 당신을 엿 먹이려 들 때 굴복하면 안 돼.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주면 안 돼. 주도권은 나한테 있다는 걸, 규칙을 정하는 건 나라는 걸 주지시켜야 해.” 그러더니 에디는 손을 뻗어 내 어깨를 잡았다. 그를 만난 후 처음으로 그의 손길에 몸이 굳어버렸다. 에디도 뻣뻣이 굳어버린 나를 느꼈는지 입꼬리를 일그러뜨렸지만, 놓아주지는 않았다. (p.237)
맙소사! 여름도 가버린 이 가을의 초입. 한밤중에 나는 왜 이 책을 열었던 걸까. 추석 연휴 끝, 이 책을 펼쳤다가 나는 잠을 설치고야 말았다.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 전개하며, 묘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 촘촘히 짜인 그물 같은 복선들. 말 그대로 나는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어버렸고, 다 읽은 후에도 쉽사리 뒤표지를 덮기 어려웠고, 리뷰를 쓰기도 어렵다. 어떻게 하면 이 내용을 스포일러 하지 않고,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이 책을 무엇이라 소개해야, 엄청난 몰입감은 전달하되 내용은 하나도 알려주지 않을 수 있을까 확신이 없다.
사실 처음에는 나도 “너무 뻔하잖아”라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한 저택을 무대로 두 여자가 등장한다. 가난에서 탈출하고 싶던 여자와 어쩌면 현실을 탈출하고 싶었을 여자. 욕망의 덫 혹은 자신의 허영에 걸리는, 어쩌면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을 주인공이 끌어가는 스토리가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졌던 것. 그러나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어째서 이 책이 'CNN', '뉴스위크',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이달의 도서, '뉴욕타임스' 및 'USA투데이' 베스트셀러 등 수많은 타이틀을 달 수 있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전개와 벗어날 때도 소름이 돋았지만, 내가 생각한 전개와 맞아떨어질 때도 소름이 돋는다니. 이건 무슨 까닭인가!
나의 지혜가 짧아 이 맛있는 스릴러를 더 맛깔나게 표현할 방법은 없지만 분명히 이 책은, 당신의 시간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책이 분명하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이 책은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