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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ㅣ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정미선 옮김, 빅토르 위고 원작, Crystal S. Chan / 한빛비즈 / 2022년 8월
평점 :

지난번 문학툰 '빨강머리앤'에 이어 이번에는 '레 미제라블'이다. 아마 레미제라블 원서는 읽지 않았어도 빵을 훔쳐 감옥에 간 장발장은 모두 알 듯하다. 인간에 대한 여러 면과 깊은 고찰을 할 수 있는 엄청난 문학작품인 레 미제라블은 안타깝게도 꽤 많은 이들이 장발장이 빵을 훔치고 감옥에 19년이나 살고 나와, 주교님을 잘 만난 덕분에 선한 사람이 되어 산다는 내용만 많이 기억하는 것 같다. 그 안타까움을 한꺼번에 씻어줄 책이 바로 이 문학툰이 아닐까?
사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혁명이나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많아 쉬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로 접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영화도 그리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레 미제라블의 내용을 쉽게 표현하면서도, 원내용을 잘 살린 만화라니! 이 책에 빠지지 않을 방법이 없다. 팡틴의 안타까운 인생도, 장발장의 내면도, 자베르 경감의 내면까지도 매우 잘 살렸다. 심지어는 코제트의 안타깝고도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그대로 나타내다니~ (아기 코제트 너무 사랑스러운 거 아니야? 이를 뺀 팡틴의 모습은 눈물이….)
레 미제라블은 아무래도 원작 자체가 조금 더 성숙하고, 깊은 내용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그대로 주기 다소 우려스러운 장면은 조금 있으나 (팡틴의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 아닌 선택을 한 매춘), 사실 그 자체가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한 부분이니 생략할 수도 없었을 터. (절대 천박하게 표현되지 않음) 그런 부분에 대하여만 걸러준다면 아이들이 레미제라블을 쉽게 만나게 하는 방법으로도 무척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의 재미를 꼽자면, 주연(?) 외에도 조연의 캐릭터도 아주 잘 살린 느낌이 들었다. 여관주인이나 마리우스도 어찌나 잘 표현했는지! 에포닌의 절절한 서사는 만화를 보는데도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프랑스 낭만파 작가인 빅토르 위고의 훌륭한 문학, 레 미제라블. 나는 몇 번이나 읽은 작품이지만, 문학툰을 통해 또 한 번 그 시절의 프랑스를, 문학 속에서 숨 쉬는 여러 인물을 만났다. 참 신기하게도 걸작들은 내 나이가 변해감에 따라 느껴지는 소감이 다른데, 기대 없이 읽었던 만화책에서도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시 지금도 여전히 장발장이 그저 빵이나 훔친 도둑인 줄 안다면, 부디 이제라도 레 미제라블을 만나보시길. 언제인가 장발장이 프랑스사람이냐고, 한국인 괴도 장 씨인 줄 알았다던(맙소사) 지인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