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밤은 헛되지 않았다
장윤희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나의 삶보다 소중하고 / 나의 목숨도 아깝지 않은 / 내 모든 것이 허락되는 유일한 사람.

(p.66~67, '자식'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사실 여러 번 울컥했다. '모든 밤은 헛되지 않았다'라는 제목에서도, 오래도록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리라는 다짐에서도 괜히 울컥했다. 나처럼 어린 시절부터 읽고 삶을 바라보던 나이조차 비슷한 작가님은 어느새 '읽고 쓰는 사람이 허황한 꿈이 아닌 평온한 현실'이 되었다고 하셨다. 어쩌면 나와 같은 의미(매일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나의 감상을 쓰는 것)에서 현실이 되셨고, 또 한편으론 다른 의미(자신의 이야기를 문장으로 엮어낸 것)에서 읽고 쓰는 현실을 맞은 그녀가 부러웠다.

 


어떤 문장은 둥글둥글 파도에 오래 쓸린 돌처럼 부드러웠고, 어떤 문장은 정곡을 콕 찌르는 바늘처럼 섬세했다. 그래서 시를 읽었으나, 한편의 이야기를 들은 듯 풍성한 느낌이 들었다. 책의 제목처럼, 그녀는 이 문장들을 품고 다듬은 긴 밤을 보냈을 것이다. 그녀가 보낸 그 밤들이 헛되지 않게 따뜻한 책으로 이어졌다. 그녀처럼 인내의 긴 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당신의 이 모든 순간도 헛되지 않아요'하는 희망으로 닿아줬으면 좋겠다 싶은 글들이 차곡차곡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토닥임은 내게도 닿았다. 나는 분명 시를 쓰던 학생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시를 쓰지 않았고 자주 읽지도 않았다. 가지지 못한 것에 더는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 못난 나의 보호색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한 줄 한 줄 적어 내린 글들을 읽으며 오랜만에 마음이 설렜다. 나도 단 한 줄에 온 마음을 담아내고자 연필을 물어뜯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늘만 봐도 뭔가 쓰고 싶어 두근거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까마득히 잊고 살았나. 그녀의 문장을 만나며, 아낀다고 옷장에 잘 넣어두고 입지도 못하고 바래버린 비싼 코트처럼 마음속에 켜켜이 넣어놓고 제대로 꺼내지도 못한 내 꿈에 미안해졌다. 

 


특출나지 않은 나를 / 특별하게 만들어 버리는 / 너의 재능은 사랑인가 보다. (p.13 '재능')

 


는 그녀의 글처럼, 특출나지 않은 나를 나 스스로 특별히 사랑해주어야지- 생각해보았다. 아마 그녀의 문장 때문이리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전해진 그녀의 온기가, 피사체를 사랑하는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이 책은 그녀가 작가라는 이름으로 세상으로 내딛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분명 두 번째 걸음도, 세 번째 걸음도 잘 걸어내리라 믿는다. 그녀의 소망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담아내는 작가로 '롱-런'해주기를 기대하며. (나 역시 그녀의 오랜 독자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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