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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ㅣ 한빛비즈 문학툰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쿠마 찬 그림, 양지윤 옮김, 크리스털 챈 각색 / 한빛비즈 / 2022년 8월
평점 :

내가 빨강머리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아니 좋아한다는 말도 부족하다. '사랑하는지'로 해두자.- 나와 소통해온 사람들은 다 알 거다. 출간된 모든 빨강머리앤을 읽었고,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다. 책장 하나 전부 빨강머리앤으로 차 있을 만큼 나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글을, 빨강머리앤을, e로 끝나는 앤 셜리를 사랑한다. 그런 나를 닮은 까닭일까. 우리 집 꼬마도 어느새 5종류의 빨강머리앤을 읽었는데, 우리 꼬마가 '내가 만난 빨강머리앤 중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고 평가한, 한빛비즈의 문학툰을 소개한다.
만화책에 대해 색안경을 끼시는 분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잘 선별한다면 만화책은 책을 사랑하게 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책에서 아동 문고로 넘어가는 중간, 학습만화를 들인 것도 이와 같은 생각에서였다. 덕분에 우리 집 꼬마는 그림책, 학습만화, 아동 문고까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책쟁이로 성장하는 중이다. 원래도 책 자체를 좋아하는 녀석이지만, 문학툰 빨강머리앤을 10번 정도 반복하여 읽었다.
사실 내가 읽으면서도 원작의 내용과 대화를 가장 잘 살린 그래픽소설이 아닐까 느낄 만큼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꼬마의 마음조차 이렇게 사로잡을 줄이야! 사실 그동안 한빛비즈의 교양툰을 예정해왔는데, 이번 빨강머리앤을 읽으면서도 '한빛비즈가 한빛비즈 했다'라고 여러 번 감탄했다. (재미에만 치우치면 부모님들이 싫어하는 책이 되고, 지식에만 치우치면 아이는 펼치지 않는 만화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한빛비즈는 그 경계선을 참 잘 넘나들며 완성도 높은 '만화'를 만들어내는 듯하다.)
내용도 원전에 가장 가까운데, 그림 자체도 너무 예쁘다. 빨강머리앤 원작 자체로 상상해보자면 오뚝한 코에 뽀얀 피부 반짝이는 붉은 머리칼이 결코 못났을 얼굴이 아닌데, 우리는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앤~”에 너무 세뇌되어 그녀를 못난이로 표현해왔다. (빨강머리에 못생긴 애는 삐삐라고요! 우리 앤은 예뻐욧) 그런데 이 책에선 앤의 사랑스러움이 가득히 표현되어 있다.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 상상할 때의 천진함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그러면서도 익살을 가득 담아내어 군데군데 피식, 웃음이 나게 한다. (길버트 뚝배기 깨는 장면은 여윽시!)
개인적 소망으로는 앤의 모든 서사가 이어져 출간되면 좋겠지만, 사실 이 한 권에도 대중적인 앤은 충분히 들어있어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록 한 권뿐이라 아이와 서로 읽겠다고 다투기는 했으나(?) 아마 한동안은 우리 집에서 길게, 사랑받게 될 것 같다.
어린 시절, 앤처럼 길에 이름을 붙여주고 사물 하나하나 다정하게 부르던 소녀 시절의 나를 소환하였고, 앤셜리에게 또 하나의 소녀팬(우리 꼬맹이)을 만들어준 두근두근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