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평점 :

경고. 당신이 이 책을 아직 만나지 않았다면 늦은 밤이나, 잠시 짬을 낸 시간에는 절대 이 책을 펼치지 마시오. 중간에는 덮을 수 없으니까.
이미 꽤 늦은 시간, 잠을 잘까, 책을 조금만 더 읽을까 하는 고민 끝에 '철수 삼촌'의 손을 덥석 잡았다가 결국 이 시간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이 텁텁한 뒷맛에 잠을 쉬이 들지는 못할 것 같다. 글이나 내용이 텁텁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세상에 얼마든 있을 법한 내용이라서 세상의 맛이 텁텁하다. 부디 책 속에서나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에서 텁텁하다.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잘생긴 표지 일러스트와 달리 설명부터 섬뜩하다. 그러나 이 책은 무섭기보다는 슬프고, 슬프기보다는 씁쓸하다. 책을 덮은 뒤에는 맥주나 소주가 아닌 따뜻한 보리차 한잔을 먹고 싶어지는 책이다. 무슨 말을 해도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고민스럽기는 하나, 이 책이 받은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심사평'에서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책 내용은 한 줄도 적지 않을 생각이지만, 책 한 권에서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말은 남겨두고 싶다. 처음 몇 장에서는 '환멸'을, 이어서는 '긴장감'. 그 뒤에는 '답답함'과 '공포'에 이은 '걱정'과 '분노'까지.
보통 여름밤에는 스릴러나 추리소설이 인기를 끈다. 이 책이 주는 긴장이나 박진감은 그런 이야기들 못지않다. 그러나 굳이 장르 구분을 하자면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하고 싶다. (다들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 장르인 거 인정하시죠?) 문득, 드디어 한국에도 이 장르를 새로 쓸 작가가 나타난 것인가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벌써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