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수프 이야기 속 지혜 쏙
양지안 지음, 배철웅 그림 / 하루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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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언제 드시나요? 저는 요즘 들어 꽤 자주 그런 느낌을 받곤 하는데, 특히 아이와 '티키타카'가 될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아이가 말을 시작할 때부터 '왜?'를 물어온 엄마이기에 그림책을 읽고도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를 많이 묻는데, 요즘은 아이와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는 책들이 있거든요. 아이와 각자의 생각을 펼치며 대화할 때,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찡해집니다. 

 

며칠에도 우리 꼬마와 2시간이 넘는 토론을 했는데, 그 주제는 바로 '돌멩이 수프'였습니다. 길을 가던 나그네가 배가 고파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달라 요청하지만 아무도 나누어주지 않았습니다. 겨울이라 먹을 것이 귀했기 때문이죠. 그러자 나그네는 돌멩이로 수프를 끓이기 시작합니다. 한 꼬마가 그것을 궁금해하며 바라보자 나그네는 '양배추'가 있으면 더 맛있어 질 거라고 말하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재료를 하나씩 가지고 나와 풍성한 수프를 나눠 먹죠. 나그네가 떠난 후에도 마을 사람들은 함께 돌멩이 수프를 끓여 먹으며 겨울을 보냅니다.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가 어째서 토론이 되냐고요? 제가 “그런데 나그네는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한 게 아닐까?”라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제 말에 아이는 “왜? 아무도 나쁜 결과를 얻은 사람이 없잖아.”이라고 대답합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깜짝 놀람) 그래서 저는 일부러 “나그네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돌멩이로 수프를 끓인다고 거짓말을 해서 마을 사람들의 재료로 수프를 끓여 먹었어. 심지어 돌멩이도 마을 것이야.”라고 말했더니 한참 고민을 하던 아이가 “그래. 그렇지만 돌멩이도 마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수프도 혼자 먹지 않고 온 마을 사람들이 나눠 먹었어. 요리법도 나누어주었지. 가진 것이 없어서 돌멩이 수프를 끓였지만, 양배추를 달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온 것을 사용해 다 같이 먹었으니 나쁘지 않아. 아무도 재료를 주지 않았더라면 돌멩이만 넣고 끓인 물만 따뜻하게 먹었을 수도 있으니 거짓말도 아니야.” 7살 아이의 머릿속에서 나온 대답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어느새 아이는 자라 '말의 의도와 결과'를 모두 이해하고 있었고, 여러 행동 중 잘된 것과 잘 안 된 것을 구분하는 능력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책 읽어준 보람이 있다. 또르르)

 

아이가 잠든 후, 돌멩이 수프를 다시 찬찬히 익어보았습니다. 물론 처음 읽을 때도 너무 좋은 책이었으나,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만나는 책은 더 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러스트를 먼저 살펴보면 처음 나그네가 들어설 때의 마을의 분위기나 사람들의 표정은 황량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재료를 나눠주는 표정은 하나같이 온화하죠.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는 '자발적인 나눔'임을 알아채고, 그것이 선하고 좋은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겠죠. 모두가 코를 킁킁대며 수프 앞으로 오는 표정은 어찌나 익살이 넘치는지! 모든 페이지에 등장하는 빨강머리 꼬마를 관찰하는 것도 큰 재미를 줍니다. 정말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거든요. 나눔의 미학을 배운 사람들의 표정과 마을 분위기는 처음과 사뭇 다릅니다. 가진 것을 나눌 때 세상이 얼마나 따뜻해지는지 아이에게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게 되는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내용에도 그런 지혜가 잘 녹아있습니다. 구어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듣듯 흥미진진한 전개 하며, 문장의 분위기도 처음과 끝이 살짝 달라 아이가 직접 나누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뿐 아니라, 그 어떤 아이라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 속 지혜 쏙' 이라는 시리즈 명처럼, 따뜻한 이야기에 녹아든 지혜를 배우게 하는 책. 늘 지식보다는 지혜를 갖춘 아이로 키우고 싶던 육아관에 정확히 일치하는 따뜻한 책이었습니다. 

 

다른 집에서도 이 책을 읽고, 아이와 나그네에 관해 토론을 나눠보면 어떨까요? 저처럼 이야기 속에서 쑥쑥 자라는 아이들 생각에 깜짝 놀라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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