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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경주 ㅣ 귀쫑긋 그림책
클레망스 사바 지음, 마갈리 르 위슈 그림, 이정주 옮김 / 토끼섬 / 2022년 6월
평점 :

어떤 특성을 가진 아이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착한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인사를 잘하는 아이? 너무 막연한 질문이라면 반대로 할게요. 어떤 아이가 가장 별로인 아이인가요? 못된 아이? 공부를 못하는 아이? 인사를 안 하는 아이? 그러면 인사도 안 하는데 공부도 못하고 못된 아이는 최악의 아이일까요? 반대로 공부 잘하고 인사도 잘하면서 착한 아이는 제일 훌륭할까요? 정작 어떤 것이 제일 낫고 나쁜지 말하지도 못하면서, 많은 부모는 아이들을 경쟁 구도에 줄을 세우는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이든 1등을 하라는 1등 중독자들처럼.
'위대한 경주'라는 책을 만나며, 나 역시도 특별한 내 아이를 혹시 경쟁하는 줄에 세워놓고 1등 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또 행여 앞으로도 내 아이를, 아이가 원치 않는 줄에 세워 빠르게 달리라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등을 떠미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고요.
이 이야기에는 수많은 '장'들이 나옵니다. 장 씨 성을 가진 이들이 만든 대회이기에 장씨 성을 가져야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죠. 큰 의미 없이 읽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자체가 풍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준 조건으로 이미 '제한된 시합'을 하는 선택받은 아이들. 어쩌면 작가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름이라는 제한을 서두에 내건 것은 아닐까요? 학연, 지연, 혈연 등을 목에 걸치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다른 리그에 선다는 뜬소문(!)을 가진 우리나라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모들 말고는 이 경주에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뛰라니 뛰는 애들도 있고, 자신의 욕구대로 기타를 목에 매거나, 출발선도 모르거나.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경주는 시작부터 쉽지 않더니 낙오자들과 경로 이탈자가 난무합니다. 급기야 위험에 친구를 위해 뛰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참가자도 있죠. 1등이요?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에는 1등이 없습니다. 그리고 꼴찌도 없습니다. 모두 경기장을 벗어나 자신이 꿈꾸던 대로, 바라는 방향으로 살아갑니다. 그 모습에서 아마 많은 부모님은 생각이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깊은 생각을 주는 스토리가 아이들에게는 재미없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오산. 익살이 가득한 일러스트는 책을 읽는 내내 웃음과 재미를 제공하고, 부모들에게만 특별한 대화를 박차고 나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아이들도 많은 생각을 합니다. 우리 아이는 아이들이 행복해했으니까 엄마·아빠들도 행복하게 그 옆에 앉지 않을까, 하는 추정을 했습니다. 그 말에 또 한 번, 아이의 순위가 아닌 행복에 귀를 기울이는 엄마가 되고자 결심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나눈 대화를 떠올려봅니다. 아직 어려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지는 못했지만 7살의 아이도 자신이 바라는 미래가 있고, 자신이 행복하면 부모도 행복하리라는 깊은 신뢰를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트랙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믿음과 용기를 가지면 가능한 일이었음을 문득 느낍니다.
“부모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수는 있어도, 메이커나 트레이너는 될 수 없다.”
제 다이어리에 적힌 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이 말. 다른 부모님께도 이 책이 닿아 아이의 꿈을, 아이의 미래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트랙을 벗어나 자신이 바라는 곳을 향해 걷는 용기 있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