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게 하는 것들 - 회복과 충전, 다시 잘 살고 싶을 때 읽는 김창옥의 제안서
김창옥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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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사세요. 그러려면 돈도 필요하지요. 일을 하고 노력해서 번 돈으로 시간을 사세요. 그리고 그걸 슬프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굉장히 숭고하고 대견한 일입니다. 시간을 사서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쓰십시오. (p.55) 

 

김창옥 소장님은 당연히 모르겠지만, 언제인가 그가 강의에서 한 한마디가, 그때의 나를 살게 했다. 열심히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이 로봇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달리냐고.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일 수도 있지만 미칠 것 같던 날, 아무도 해주지 않던, 심지어 나조차 나 자신에게 해주지 않던 말을 그가 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그날 그는 나의 동아줄이었다. 그 후로 마음이 버거운 날마다 그의 책이나 강의를 찾았다. 또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진짜 제주도민 같은 사진들을 보며 피식 한번 웃고 마음을 툴툴 털기도 했고. 

 

길었던 회사생활 대신, '배고파도 행복한 백수'가 되기로 한 나지만 막상 그것을 결론지을 달이 다가오니 초조한 마음이었다. “여자가 몇 년 뒤에 그 경력을 다시 인정받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들을 반복해서 들으니 마음에도 멍이 든 기분이랄까. 그런 나에게 또 한 번 그가 위로를 건넨다. 당신 삶에 진짜 중요한 것이 뭐냐고, 당신이 지킨 것이 당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그동안의 책들이 모두 다 좋았으나, 이번 책은 본인조차 행복하기 위해 한 박자 더 느리게 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더 좋았다. 

 

'나를 살게 하는 것들'. 우리는 때때로 '사야 할 것들(buy)' 때문에 '살게(live) 하는 것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면 나도 지난 십여 년을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와 나를 살게 하는 것을 찾아, 뭔가를 살 수 있게 해주던 수단을 버리려고 하니 두려울밖에. 그러나 그것에서 하나도 행복하지 않고 힘이 든다면 진작 놓아야 했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그리고 내면의 소리를 들은 이들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응원이 나를 향한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며 김창옥 소장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힘들 때 실컷 힘들어하되 그것을 딛고 일어나는 것도 또 하나의 용기가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어, 김창옥 소장님의 글이나 강의가 좋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 책이 딱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글이나 강의도 늘 힘을 주는 것들이었지만, 이 책은 특히나 그런 느낌을 주었다. 힘들면 힘들어해도 된다고, 잠시 쉬어도 된다고. 그러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을 충전하고 일어나라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는 사람으로 살라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자신이 이해하는 것이라 말하는 그의 글을 읽으며 내 인생의 마침표는 어떤 순간에 찍힐지, 내가 만들고 싶은 나의 스토리는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았다. 또 언제인가 어른이 된 나를 상상하며 내가 만들어가고 싶던 나의 인생이 무엇이었는지도 떠올려보았고. 

 

내가 바랬던 내 삶에서 다소 멀어져 왔지만, 이제라도 그것을 향해 걸어갈 준비를 할 수 있음이 감사한 일 아닐까? 아무도 응원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를 응원하니까. '수단'이 '목적'을 흔드는 고민의 순간에 그 덕분에 다시 목적을 보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 헷갈릴 때마다 나는 이 책을 뒤적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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