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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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에 취해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아름다운 세상과 새로운 길을 만났다. 월급쟁이 시절엔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가장 귀한 줄 알았다. 이제는 직업에 귀천이 없으며 모든 경험은 어떻게든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안다. 아무리 퇴사한 사람들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들어도 직접 해보기 전까진 모른다. 비단 퇴사만이 아니다. 여, 요가, 모든 일은 자신이 경험한 딱 그만큼만 안다. (p.216) 

 

사실 이 책을 들고 웃음부터 피식 났다. 내가 예비 퇴사러이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의 마지막 달, 나는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휴가 한번 제대로 쓰지 않고 해온 직장생활, 디스크와 건강 악화 등으로 그동안 아껴두었던 육아휴직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기꺼이 승인해준 것은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오라는 암묵적 약속이었음을 나는 알지만, 회사 밖이 내게 주는 행복과 안정감을 이미 알아버렸기에 나는 퇴직을 결심했다. 물론 주변에서는 만류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지금까지 고생해놓고 왜' 에서부터 '여자가 어디 가서 그 정도 월급을 다시 받을 것 같아' 등 현실적인 조언이 많았다. 물론 나도 그런 고민을 했다. 그러나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내 일이 그저 타성에 젖어서 해온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나를 다시 그곳에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나 역시, 슬픈 날에도 억지로 웃는 것이 천성에 맞지 않았다. 그저 월급에 젖어 그렇게 믿어온 것이었다.

 

남편과의 작당 모의 끝, 퇴사와 세계여행을 결심한 작가도 아마 나처럼 현실적인 충고들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사실 세상은 돈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 역시 회사가 울타리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자신을 위해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더 행복해졌다. 나 역시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기도 했고, 앞으로의 나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그녀와 달리 나는 아이와의 삶을 고민하는 엄마지만, 그녀와 같은 맥락에서 더 행복한 삶을 우위에 두고 고민하며 책을 읽었다. 

 

사실 그녀는 나보다 조금 더 체계적이다. 2년에 걸쳐 퇴사를 준비하고, 여행을 계획한다. 또 새로운 삶에 내딛는 발도 거침이 없다. 그녀의 글에 엄청난 공감과 동의하며 책을 읽었지만, 굳이 한마디 보태자면, 계획 없이 퇴사를 해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거다. 퇴사 후에 생각해봐도 조금 늦을 뿐, 큰일 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퇴사만이 살길도 아니고)   

 

어쩌면 내가 퇴사를 결심한 자체가, 어쨌든 비를 피할 집이 있고 최소한 밥은 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맞다. 그걸 걱정했다면 퇴사가 조금은 더 미뤄졌겠지. 그러나 그 돈을 넘어 퇴사가 내게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아이가 조금 더 어릴 때 그 결심을 했더라면 나는 조금 더 일찍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겠지. 만약 당신이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꿈꾸고 있다면, 회사가 울타리가 아닌 철창으로 느껴진다면 자신을 위해 퇴사를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퇴사를 해도 무엇인가를 열정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만두고 몇 달은 그냥 쉬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이 닿아서 하는 일과, 돈 때문에 겨우 하는 일은 분명 다르다. 

 

그동안 포기했던 수많은 즐거움을 대신 월급을 선택해왔던 과거의 나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지라도 더 행복할 나에게 응원을 보내본다. 무엇을 하든 잘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면, 언젠가 뭐 하나는 잘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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