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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순교자록 - 파리외방전교회 아드리앙 로네·폴 데통브 신부가 기록한
아드리앙 로네.폴 데통브 지음, 안응렬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너는 새파랗게 젊으니 살고 싶지 않겠느냐?”“살고 싶습니다.”
우세영이 대답했다.“그러면 살아라.”“살려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그러마. 하지만 살고 싶으면 전에 했던 말 한마디를 다시 해라.”“싫습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살고 싶지 않습니다.” (p.393)
나는 날 때부터 가톨릭을 믿는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처음부터 가톨릭 신자로 살아온 사람이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 '신'은 날 때부터 '하느님'이셨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재단의 학교에 다니며 신나는 CCM을 따라부르고, 절의 호젓함이 좋아 다양한 암자를 다니며 생각한 것이 있다면, 그의 이름이 '하느님'인지 하나님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믿는 자들의 마음에서 그가 어떤 힘을 보이시는지, 어떤 힘을 주시는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힘이 드는 날,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새어 나오는 “하느님”처럼, 든든한 기댈 곳이 되어주시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 어떤 순교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를 둘러볼 때만 해도 내 마음이 이렇지 않았다. 외국인 신부님이 기록하신 몇몇 책의 사료가 모인 책이기에 사실 천주교의 역사를 둘러본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수록 내 마음이 묵직하고 힘겨웠다. 이 땅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들었는지, 담담하게 전해지는 문장 속에서 꾹 참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듯했다.
고초보다는 신앙이나 서사 위주로 기록되었고 꽤 담담한 문체로 이어짐에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기에 온 마음이 묵직했다. 처음 천주교가 한국에 들어온 시점부터,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겪은 고초는 절대 가볍지 않다. 이름이나 이야기가 알려진 분들의 사례도 있었으나, 처음 읽는 내용도 있어 반성의 마음도 들었다. 이분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가 하느님을 알 수 있었을까. 당시 천주교의 실상, 그런데도 신앙의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1만여 명의 순교자들.
가톨릭 신자라면 이 책을 통해 순교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느끼고, 하느님께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얻게 될 것이고, 혹 신자가 아닌데도 이 책을 읽으신다면 가톨릭이 대한민국에 자리 잡는 과정과 박해 등에 대해 역사적인 부분을 탐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종교적인 부분을 떠나서도 기록 문헌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는 사료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분은 내게 어떤 능력을 주셔서 당신을 전파하게 하는지 고민해보았다. 내가 남들보다 나는 점이 무엇인지 나도 여전히 알지 못하지만, 당신의 말씀을 글씨로 쓰는 것, 가톨릭의 서적을 더 많은 이들이 만나게 하는 것 정도는 나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선교가 아닐까도 생각해보았다. 이 책에 기록된 순교자들처럼 살지는 못하겠지만, 나도 내 영역 안에서 늘 감사하고 갚고,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 되어가도록 더 노력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