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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파수꾼입니다 - 조국 독립에 평생을 바친 16인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
은동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5월
평점 :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임시정부는 독립 국가를 세우려면 우리 힘으로 일제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p.227)
언제부터인지 독립운동가들의 책을 읽으면 자꾸 코가 시큰해진다. 이 책도 너무 읽고 싶어서 펼쳐놓고도, 과연 내가 울지 않고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되더라. '나는 대한민국의 파수꾼입니다.' 제목부터 시큰했던 이 책 역시 읽고 난 후 이렇게 먹먹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그들의 희생 덕분에 이렇게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음을 겨우 알기 때문이겠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많지만, 이 책이 다소 다른 점은 임시정부의 기반이 된 이들을 중점적으로 모았고, 역사 강사인 저자의 특성이 잘 담겨 구어체로 이야기가 이어져 마치 '꼬꼬무'를 보는 듯 편안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광복군 총사령관인 지청천, 미완이지만 천황을 암살하고자 한 백정기, 고령에도 나라를 위해 헌신한 김가진과 그의 며느리이자 김의한의 아내, 김구가 명명한 한국의 잔 다르크 정정화, 윤봉길의 폭탄을 만든 김홍일, 임시정부의 법무부장을 지낸 박찬익, 임시정부의 감사장이자 책과 신문으로 독립의 뜻을 전해온 김철, 지청천과 함께 나라를 지킨 무장 이복원, 민족교육으로 나라에 이바지한 오광심, 한국독립당의 선전부장으로 김구의 최측근이었던 엄항섭, 신민회 출신으로 공군양성에 힘쓴 노백린, 안창호와 함께 신민회를 결성한 이동녕, 독립운동에 목숨을 걸어놓고 비통한 나라의 운명에 목숨을 끊은 예관 신규식. 학병에서 탈출하여 독립운동의 정보공작 담당이었던 한성수. 사회주의자 낙인으로 오래 걸리기는 했으나 여운형과 건국준비를 했던 공을 인정받은 조동호. (책에는 1인이 더 기록되어있으나, 개인적으로 이름을 옮겨 적고 싶지 않다. 일본어를 강제로 사용하는 것을 동의하여 전국 사찰에 국어전해운동을 전파한 부분은 민족 말살이라 생각한다..)
비록 개인적인 견해차로 10장 남짓은 제외하고 읽었으나, 책 전반적인 내용과 흐름이 간결하여 누구라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들의 서사 사이에 빨간 종이로 임시정부의 기반, 독립운동의 전개, 한인 애국단의 활약, 한국광복군의 활동을 간략하게 정리해두셨는데, 이 부분이 너무 이해가 쉬워 이 부분을 확대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도 독립운동가들의 서사를 많이 알지 못한다. 학생일 때는 시험에 나오는 이들의 이름만 기억할 뿐이었고, 어른이 되어 역사서를 부지런히 읽으며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안다. 내가 책으로 읽을 수 있던 분들보다 이름조차, 얼굴조차 남지 않은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마음이 묵직해지고, 코가 시큰하겠지.
앞으로도 많은 분이, 역사의 그늘에 숨은 분들을 많이 세상으로 꺼내주셨으면 좋겠다. 포털 역시 얼굴조차 나오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정보를 자주 업데이트해주셨으면 좋겠고. 이 책을 통해 몰랐던 독립운동가 두 분의 이름을 배웠다. 그들의 업적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책은 재독해야겠다. 언젠가 생각했던 '매일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잊지는 말아야지.' 그 다짐에 다시 기름을 채우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