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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는 끊기 대장 ㅣ 내책꽂이
김리하 지음, 윤유리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6월
평점 :

순한 기질을 가진 덕분에 키우며 잔소리 한 번 안 하게 해준 '순한 맛 육아' 대표주자, 나의 딸. 그러나 어느 집에나 각자의 사정은 있듯,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 때문에 고민이 들 때가 있다. 배려심이 많아 거절도 하지 못하고, 싫다는 말도 잘 못 해서 속앓이를 하는 것. 종종 친구들과 놀 때 우리 아이가 가지고 놀고 있는 놀잇감을 뺏기거나, 자기 마음대로 하자고 우기는 드센 친구를 만나고 온 날이면 우리 아이는 '엄마 충전'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안기곤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고집이 세면 센 대로, 성격이 강하면 강한 대로 걱정이 있음을 알기에 되도록 동요하지 않고 아이 마음이 단단해지게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내 마음도 다스려본다.
아이와 함께 읽은 '솔이는 끊기 대장'을 읽으며 아이와 여러 친구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 나처럼 아이의 '사회생활'을 걱정하는 집에서 읽어보시면 좋을 듯하여 소개할까 한다. 우유부단하여 거절도, 먼저 손 내미는 것도 어려운 은반이. 친구에게 소유욕이 있는 지인이. 다정하고 사교성 좋은 유선이, 그리고 그 친구들 사이에서 절친을 끊기로 한 주인공 솔이까지. 여기에 솔이 엄마와 엄마의 절친 은지아줌마까지 모여 다양한 성격의 친구들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자신의 절친이 다른 친구랑 노는 것에 섭섭해진 솔이는 은빈이를 끊기로 한다. 그러던 찰나 유선이와 친구가 되고, 엄마에게 섭섭하게 말한 은지아줌마랑 엄마가 멀어지길 바란다. 솔이가 극단적으로 사람을 끊는다고 자꾸 표현을 하자, 엄마는 솔이에게 교훈을 주고자 리본을 싹둑 자르고, 어른도 마음이 상한게 쉽게 풀리지는 않지만 친구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은 보는 눈을 가지게 조언을 한다. 솔이도 그 과정에서 마음을 풀고 친구와 화해하게 된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각각 친구들의 마음을 이야기해보았다. 은빈이는 왜 그랬을까, 솔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등을 이야기나누다보니 아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깊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도 잘 표현하고 있더라. 최근에는 자신이 가지고 노는 것을 달라는 친구에게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만큼 아이가 성장한 것 같아 기특하고 뿌듯했다.
나 역시도 솔이 엄마가 솔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가 친구 관계로 힘겨워하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곤 했는데 사물에 빗대거나, 이렇게 책의 힘을 빌려 설명하니 한층 이해가 쉬운 것 같았다. 아마 작가님이 평소에 아이에게 저런 화법으로 이야기하시지 않을까 생각하며, 또 하나 배웠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가 자라며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적어도 엄마에게만큼은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나도 솔이 엄마처럼 지혜롭게 아이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