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 청림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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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지식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보다 석유는 쓸수록 줄어들지만, 지식은 사용할수록 더 많이 창조된다는 것이다. 이 차이 하나만으로도 주류경제학의 많은 부분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이제 전처럼 '경제학은 희소자원을 배분하는 과학이다'라고 정의할 수 없게 되었다. 지식은 본질적으로 무한하다. 지식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이러한 변화들은 '누가 어떻게 부를 손에 넣느냐 하는 문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 회계사, 입법자들은 세금, 회계, 사생활 보호 및 지적 재산권에 대한 기존 법규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 (p.164)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234쇄. 스테디셀러라는 것이 당연하다 느껴질 정도로 유명한 책, '부의 미래'. 아마 앨빈 토플러는 몰라도 안경을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은 꽤 많은 이들이 본 적 있을 모습이다. 나 역시 대학 시절 그의 책을 읽었고, 십여 년 만에 개정되어 나온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중간중간 '미래쇼크', '제3의 물결' 등을 읽은 덕분인지 그의 통찰력이 워낙 대단한 덕분인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명서라는 느낌이 강했다. 

 

석유, 지식산업의 발달, 병의 발달, 지폐가 아닌 화폐수단 등 오늘날을 보고 쓰기라도 한 듯 명확하게 쓰인 이 책을 보며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고, 현재의 현상들은 앞으로의 몇 년을 유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을 집필할 때와 지금의 '변화 속도'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현상들로 미래를 바라보고 대비하는 것 자체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문장들을 쉬이 넘길 수 없었다.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 그의 통찰력에, 더는 그의 신간 서적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아쉬워지기까지 한다. 

 

'혁명적'이라는 용어가 이미 세상의 변화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단어라는 그의 말처럼, 많은 것들은 무용 지식이 된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에 아는 것들을 꾸준히 경계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은 잊지 말아야겠다. 

 

 

지식이 당장 눈앞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임시변통의 비 위계적 배열로 구성됨에 따라 영구적이라 생각했던 원칙과 위계도 사라지기 쉽다. 이에 따라 지식의 지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턴을 담은 불안정한 모음집이 될 것이다. 이처럼 지식 체계에서 벌어지는 지각 변동은 근무 집단, 직업, 대학, 병원과 일반 관료체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p.222)

 

 

비록 책 속의 한국은 대우 그룹의 창업자가 도피 후 재판을 받는 시절에 멈춰있고 그가 전망한 미래가 모두 맞았다고 볼 수 없으나, 그의 미래는 현재와 닮은 것이 많다. 여기서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당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점에 섰던 많은 국가의 오늘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그리고 또 내일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 것인가. '한국의 학생들이 평생 사용하지 않을 지식과 사라질 직업을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을 공부에 매달린다'라는 우려를 더는 그냥 넘기지 않고 내일의 경쟁력을 위해 사회의 눈을 다시 떠야 할 때가 아닐까. (모두가 무용지식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대부분은 무용지식이 되고야 말 것들이다.) 

 

엄마가 되어 다시 만난 앨빈 토플러는 내 아이가 더 만족하며 살 미래를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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