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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구해 줘! ㅣ 봄마중 과학동화
조경희 지음, 이갑규 그림 / 봄마중 / 2022년 5월
평점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꼬마는 '지구수비대'다. 쓰레기를 절대 함부러 버리지 않고, 동네의 쓰레기를 주으며, 스위치와 물 등을 끄고 다닌다. 냉장고에서 뭘 꺼낸다고 아주 잠시 열어두어도 얼른 달려와 탁! 닫아버리는 지구수비대. 우리집 창가에는 '워터프로텍터', '우리 곧 사라져요', '지구를 위한 한시간'등의 그림책이 줄을 지어 서있는데 최근 책 한 권이 추가되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를 구해줘!'라는 제목의 동화책.
이야기는 바닷속에서 시작된다. 해양생물들이 마치 사람처럼 교실에 앉아 수업을 받는데 학생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검정 봉지를 먹는 먹보도 '사라져' 병원으로 간다. 사람처럼 입원 침대에 나란히 누운 물고기들이 더는 익살스러워보이지 않을 무렵 미세플라스틱이 박힌 오징어가 등장한다. (나는 소름이 돋았고, 아이는 오징어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윽고 별주부는 바다를 더럽힌 주범을 찾아나서게 된다.
그렇게 만나게 된 '근우'. 자기마음이 먼저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흔한 요즘 아이. 그 아이가 잃어버리거나 버린 물건들로 별주부 차차가 환경초등학교를 찾아오고, 그러거나 말거나 근우는 부지런히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버린다. 이기적인 행동과 날카로운 말투는 옵션. 결국 근우는 용왕님께 불려가 혼이 나고(?!) 깊이 깨닫게 된다.
아이와 근우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에게 또 한번 놀랐다. 근우의 행동은 잘못되기는 했으나,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서 잘 배우면 실천도 할 수 있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큰 마음을 가진게 아닌가 생각했다. 또 별주부 차차를 마음대로 애완동물로 키우려 했던 마루의 모습에서도 아이와 이야기해볼 거리가 많았다. 환경이라는 주제도 명확하여 배울 거리가 많은 책이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 많아 참 좋았다.
우리 아이가 혼자 읽기에는 다소 분량이 많기에 읽어주었는데 아이가 중간중간 가슴아파하거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하며 읽느라 일주일가량 걸렸다. 내용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히니 혼자 읽을 수 있는 아이들도, 우리 아이 또래의 아이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환경오염도 다른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빨대가 코에 꽂힌 바다거북, 플라스틱을 먹은 고래 등의 해양환경 영상을 다시 보았고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아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물건들과 아낄 수 있는 플라스틱을 궁금해했고, 이를 찾아보며 독서를 마무리했다. 그동안 '분리수거의 대상'으로 국한된 플라스틱의 개념이, 숨겨진 플라스틱들로 확장되며 아이의 세상이 조금 더 커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