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54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 글, 카를리네 캐르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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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켜면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나도 평생을 아파트에 산 사람이라 여러 이웃을 겪었으나 그래도 대체로 좋은 이웃들 덕분에 우리는 잘 컸다. 날 적부터 아파트에서만 산 우리 꼬마 역시 자연스레 사뿐사뿐 걷기를 배웠고, 큰 소리가 날 만한 것을 하면 해도 되는지를 늘 묻는다. 그 덕분인지 자기네 집이 시끄러워 우리 집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고 웃으며 말해주시는 너그러운 아래층을 만났고, 아래층 덕분에 나 역시 위층 꼬마의 콩콩콩을 들으며 '오늘도 건강하게 잘 노는구나!' 생각한다. 이해를 받은 덕분에 이해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만난 그림책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라는 꽤 오래된 책이지만, 오늘날에도 경종을 던지는 책이다. 새집으로 이사를 해 너무 행복해하는 가족들은 첫날부터 아래층 할머니의 경고를 받는다. 뛰는 소리, 장난을 치는 소리로 시작해 웃는 소리, 대화하는 소리, 심지어는 변기에 물을 내리는 소리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혼이 난다. 엄마가 극도로 예민해져 울음을 터트리기까지 하자 아이들은 더는 뛰지 않는다. 걷지도 않고 기어 다닌다. 자신들은 생쥐처럼 작게 걷고 작게 말해야 한다며 이윽고 쥐를 흉내 낸다. 아이들은 마치 감정이 없는 인형처럼 변해간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할머니 귀가 변해간다. 위층이 떠드는지를 감시하고 떠들지 않으면 왜 떠들지 않나를 의심하더니 점점 귀가 커진다. 이윽고 커진 귀 때문에 일어날 수도 없어지자 의사가 위층에 다시 떠들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할머니도 가족도 평온해진다.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지만, 이 스토리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주눅 든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은 가슴이 아프다. 

 

일러스트 역시 매우 사실적이다. 아이들의 웃음은 첫 장면에서 끝이 난다. 아이들의 어깨도 얼굴도 점점 경직되어가고 기괴하게 변하는 할머니의 귀는 마치 할머니의 심술을 표현하듯 점점 커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족들과 할머니는 둘 다 웃고, 비로소 밝게 인사를 나눈다. 일러스트 속에서 변하는 표정, 색의 변화 등을 통해 이야기 전개를 전부 느낄 수 있다. 우리 아이는 풀죽은 아이들을 보며, 아래층에 이런 할머니가 이사를 오실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조심하면 무서운 할머니로 변할 일이 없고, 우리 아래층은 너무 좋은 분들이 산다고 아이를 달래며 마음이 아팠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아래층'이 읽으셨으면 좋겠다. 물론 예의 없이 뛰고 떠드는 경우라면 스트레스는 엄청나겠지만, 아이들이 기죽어가는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벽에 가만히 붙어 앉은 아이들을 보면 시끄러워 화가 났다가도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위층 아이의 콩콩콩을 즐겁게 듣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 아래층 분들께 너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층간소음과 관련한 책들이 참 많이 나오지만, 대부분은 위층에 초점이 맞춰진 것들이었다. 나 역시 그런 책들을 읽으며 아이에게 조심을 시켰고. 이 책을 만나며 역지사지의 마음을, 또 이해의 마음을 품어본다. 두 종류의 층간소음 책을 많은 이들이 읽어 서로 조금씩 더 이해하고 양보하는 세상에 살았으면 좋겠다. 위층은 조금 더 조심하고, 아래층은 조금 더 이해하면 좋겠다. 

 

아래층 여러분. 위층 아이가 조금 시끄러워도 '오늘도 잘 노는구나~'하고 이해해보기로 해요. 잘못하면 귀 커지는 병에 걸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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