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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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화장장에 들어갈 때까지 창자가 끊어지게 울고 또 울었다. 그건 꾸며낸 슬픔이 아니었다. 지난 세월, 그에게 속아 살아온 바보 같은 여자를 떠나보내는 장송곡이었다. (p.37)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이라니. 살인자는 무엇을 살까. 그리고 그것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예전 뉴스에서 남편을 죽이기 위해 락스 몇 통을 샀다는 뉴스를 본 것 같기도 해 문득 섬뜩한 기운이 들었다. 나의 두려움과는 달리 이야기는 매우 잔잔히 흘러간다. 처음에는 이게 스릴러 맞나, 싶을 정도로 천천히 이야기가 전개되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질 찰나, 주인공의 관찰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천천히, 없는 사람처럼 주변을 관찰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소름이 오소소 돋기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까 불안하기도 했다. 작가는 그렇게 롤러코스터의 정점으로 나를 끌고 올라가더니 저 높은 곳에서 뚝. 떨어뜨려 버렸다. 아이고 내 심장아. 여름밤에 왜 이렇게 추운 거야~ 이광수와 설현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원작이라더니. 역시 그 명성답게 쫄깃한 두려움이 들어있다. 

 

총 7개의 스릴러. 그 안에는 무서움도, 사람 사는 얘기도, 사람도, 인생, 로맨스도, 웃음도 다 있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을 때는 무섭고 소름이 돋더니, 책을 덮은 지금은 쓸쓸하다. 어쩌면 우리 사는 인생이 한두 조각쯤은 스릴러가 아닐까…. 싶어진다. 각 이야기에는 작가 혹은 작가 주변인들의 모습이 녹아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사실 워낙 문장력이 좋은 작가라 결말을 알고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지만, 그래도 완전한 재미를 위해 각 이야기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으려 한다. 스릴러지만, 섬세한 문장 속에서 책에 대한 기대를 얻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각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닿았던 문장들을 옮기는 것으로 이야기를 대신에 한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는 삶은 끝없이 좌회전만 거듭하는 미로처럼 지루하고 고단할 뿐이었다. (p.49)

 

너는 10퍼센트에 속하는 고양이였지만 자신의 생존조차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p.110)

 

여긴 뭐든 사라지는 동네구나. 사람도 개도, 손거울까지. (p.137)

 

짐승도 지키고 사는 그 이치를 인간이 어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p.172)

 

적어도 존중받을 권리는 보장해주어야 마땅하다고 느꼈다. (p.193)

 

아무리 고까워도 웃사람이 세 번은 접어줘야지. 네가 감히 시어미도 안 시키는 시집살이를 시킬 참이야?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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