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된 오누이 비룡소 전래동화 27
김미혜 글, 최정인 그림 / 비룡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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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를 아이와 읽으며 몇몇 동화들은 잔혹 동화이거나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꽤 자주 했다. 왜 책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남자만 잘 만나면 잘 살고, 왜 누군가는 꼭 잡아먹히거나 갇혀야 하는가! 여전히 그 의문들이 모두 해소되지는 않았으나, 아이가 기관 생활을 하며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를 모르기 쉽지 않다 보니 되도록 덜 자극적인 것, 조금 더 아름다운 것을 읽게 해주고 싶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부모님이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것이고. 그런데 사실 엄마가 떡도 빼앗긴 채 잡아먹히고, 아이들은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로 달아났다가 겨우 두레박을 타고 탈출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곰곰이 뜯어보면 너무 슬프다. 착하게 산 남매는 왜 엄마랑 잘 살 수 없는 것인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내 생각에 가장 가까운 버전의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동화에서도 슬픈 이야기는 변함이 없지만, 서정적인 그림을 통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최소화했고,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잔혹한 부분은 덜 읽어주고, 일러스트에 집중하게 한다면 슬프지 않게 해와 달 오누이 이야기의 교훈만 전달할 수 있다. 

 

내용적인 면을 이야기하자면 다른 전래동화보다 훨씬 부드러운 어투를 사용했고, 유한 단어들을 선택하여 무서운 느낌이 사라졌다. 또 잡아먹히거나 대상들이 고통스러운 장면보다는 남매가 꾀를 내는 장면, 하늘에 기도하고 두레박이 내려오는 장면에 집중하여 교훈을 얻되 무섭지는 않게 이야기를 잘 끌어냈다. 이것은 비룡소의 전래동화 전집에 전반적인 분위기로 만약 아이에게 읽어줄 첫 전래동화로 매우 적합하다. (사건의 극적임보다 교훈의 전달에 중점을 둠) 

 

이 책은 일러스트가 특히나 매력적인데, 어머니를 잡아먹은 장면 대신에 풍경이나 동물들의 움직임으로 은근한 복선을 제시하였고 청색과 주황색을 사용해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또 남매와 호랑이의 대치에는 나무들을 그림자처럼 사용하여 몽환적인 느낌과 긴박함을 잘 담아냈다.

 

때때로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는 그 자체의 교훈이나 감동은 분명하지만, 선정성이나 잔혹성 때문에 아이들에게 읽어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책을 잘 만드는 회사의 책에 집중하는 게 좋은 듯하다. 비룡소의 전집 덕분에 그동안 전래동화나 명작동화에 가지고 있던 걱정을 다소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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