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상담 - -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17명의 상담사례와 30가지 심리치료
최고야.송아론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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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가 다시 말합니다. 이제 걱정하지마. 내가 너를 도와줄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너는 아무 잘못 없어. 그 말과 함께 '과거의 나'를 토닥여 줍니다. 그 느낌을 가슴 깊이 느끼세요. 그리고 지혜롭고 현명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또 다른 나를 신뢰하세요. 신뢰할 수 있겠나요? (p.67)

 

마음이 아픈 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어떤 이들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아픔을 지니고 살고, 또 어떤 이들은 혼자만의 고민과 아픔을 안고 산다. 사실 이 책을 받아들고 부정적인 마음이 더 컸던 것은, 혹시나 이 책에 등장한 이들이 이 책으로 더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의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만났으면 좋겠고, 특히나 마음이 아픈 이들이, 혼자 앓지 말았으면 좋겠다 싶다. 이렇게 마음에 들어주는 이들이 세상에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17명의 상담사례, 30가지 치료 사례. 이 책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가 그저 담담히 기록되어 있다. 대인기피증, 독박 살림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아빠의 성추행으로 인한 불면증과 남자 혐오, 공황장애, 강박증, 조현정동장에, 환청과 환시, 자해, 불안증, 차별로 인한 미움, 분노조절장애, 피해의식, 피해망상, 고부강등 성격장애, 가치관 차이, 가스라이팅 등의 사례가 꽤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내가 이 상담 리스트를 적어두는 이유는 혹시나 이런 심리상태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례를 읽음으로써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물론 마음이 아주 아픈 상태라면 상담소를 당연히 찾아가지만, 마음이 힘든 정도라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실제 과거의 나는 이유 없는 우울감에 심리상담소를 찾았던 적이 있는데, 상담사가 “그럴 수 있어요. 저도 그래요.” 하는 말을 듣자 거짓말처럼 우울감이 사라졌다. 혹시 나처럼 일시적 우울감을 겪는다면 타인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공감했다가, 그래도 나는 많이 아픈 게 아니었구나! 안도했다가, 온 마음으로 토닥여 주고 싶다가 하는 복합적인 마음이 다 든 것처럼 말이다. 

 

 

라포르란 상호 간에 친밀감, 유대감, 공감대를 형성하는 걸 말한다. 내담자는 상처받은 사람이고 마음의 문을 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담사가 이를 잘 맞춰줘야 한다. 내담자의 감정이 왼쪽으로 치우치면 왼쪽으로 따라가 줘야 하고 오른쪽으로 치우치면 오른쪽으로 따라가 줘야 한다는 말이다. (p.71) 

 

사실 모든 상담가가 내담자의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찰떡같은 상담가가 모두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처럼 그저 본인도 그렇다는 한마디에 아무렇지 않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상담의 공통점은 “상담을 시작한 것”이다. 마음은 열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마음이 아프다면 일단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벼랑 끝에서 돌아올 수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매우 평온해졌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그래요, 그럴 수 있어요. 이제 다 괜찮아요.”하고 말해주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담담히 써 내려간 이 책에서 당신이 무엇을 얻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은 분명 쉼 없이 위로를 던지고 있다. 그 위로를 받고자 한다면 당신이 일단 마음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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