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걷는 자의 독백
정기태 지음 / 감커뮤니티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예술을 잘 모른다. 특별히 미술 등을 배운 적도 없고. 그러나 음악이나 미술이 감정을 극대화 시키는 무엇이라는 생각에서 늘 '탐미'해왔다. 맞다, 이 단어가 정확하다. 나에게 예술은 늘 탐미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때때로 어설픈 솜씨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늘 한켠으로 '내가 무슨'이라는 생각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만나고 난 후 그저 자연스럽게 감정을 담는 모든 과정이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여러번 반복하여 다시 감상하며 뭐라고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온 마음에 느껴지는 따뜻함은 분명 나를 치유하는 과정일 것이다. 연민이 담긴 작가의 시선이 내게도 닿아, 인간다운 온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작가 정기태는 원래 공간디자이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다듬지 않은 문장에서는 자연스러움과 단단함이 느껴지고 일상임과 동시에 인생인 순간순간들의 모습에서는 수많은 이야기를 느낀다. 마고, 보보, 토비 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삶, 타인의 삶을 투영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은 '책'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 그 이상의 것을 만나는 듯한 착각까지 든다. 

 

수많은 선들의 조합으로 완성된 그의 일러스트를 보는 내내 온갖 마음이 들었다. 어떤 장에서는 그가 기록해둔 말과 비슷한 감정을, 어떤 그림에서는 나의 방식으로 재해석된 마음을 느꼈다. 검정 펜으로 슥슥 그린 그림이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림이 담은 이야기 때문일까, 색채의 강렬함 때문일까. 무엇인지 알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이 요동을 쳤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정기태 작가가 몹시나 궁금해졌다. 어떤 작품을 만드는 분이기에 이런 정제되지 않은 감정 속에 많걸 담아내시는 걸까, 하고. 그동안의 작품과 인터뷰 내용을 보고서야 그의 작품들이 한층 이해가 되더라. 

 

그의 그림은 그저 바라보는 것도 좋고, 깊이를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도 좋다. 각각 나름의 매력과 이야기가 당신을 맞아줄 것이다. 그의 작품집으로 인해 우리 집이 갤러리가 되고, 나의 식탁이 풍성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관이 된 듯, 당신에게도 그의 작품이 주는 영감과 의미를 나누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