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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 아트 만다라 컬러링
나타샤 알렉산더 지음, 정영은 옮김 / 진선아트북 / 2022년 5월
평점 :

만다라. 사전적 의미를 따르자면 부처님의 우주 법계 덕을 그리는 것으로, 흔히 점과 선, 궤 등을 연속적으로 그리며 마음에 안정을 가져오는 그림을 의미한다. 나는 가톨릭이라 만다라의 정확한 의미는 잘 알지 못하지만, 평소 심란한 마음이 들 때 종이에 연속된 무늬를 그리면 편안해지곤 하여 낙서에 가까운 만다라를 그려오곤 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심신의 안정뿐 아니라 집중력에도 좋을 듯하고,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활동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결과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대성공. 아이는 몇 시간이나 엉덩이도 때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하여 나는 하얀 조약돌을 주문시키기까지 했다. (이왕이면 흰색이 잘 그려질 것 같아서) 모르긴 몰라도 한동안 우리 집에서는 조약돌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계속될 듯하다. 그래도 걱정 없다. 이 책에는 수백 가지 도안이 들어있고, 제시된 기본 도안을 조금씩 변형하면 수십, 수백 개의 패턴을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작가는 유방암을 이겨내기 위해 만다라를 그렸다고 한다. 작은 돌에 집중하여 점과 선을 긋기 때문일까. 나 역시 조약돌에 색칠을 하는 동안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 평소 이용하는 명상어플을 켜놓고 그리기 시작했는데, 한참 그릴 동안 아이와 나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각자의 붓질에만 집중했던 것.
조약돌공예를 하는 책이나 유튜브 등은 또 있겠지만 이 책이 특히나 좋았던 것은 정말 기초부터 탄탄히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취미예술을 오랫동안 다뤄온 출판사라 그런지 기초지식에서 기본도구는 물론 적합한 돌까지 알려주었다. (돌을 채집하면 안 되는 곳에 관한 규정까지 짚어주시는 센스!) 책에 제시된 도구 중 우리 집에 있는 것들을 위주로 사용하였지만 부족함은 없었다. 물론 우리의 기술이 작가님의 발가락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우리가 가진 도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은, 어느 집에서나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기도 하다는 뜻. 시작부터 준비가 버거운 취미는 사실 지속적 취미가 되기 어렵지 않나. 부담 없이 흔한 도구라서 더 좋았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아이가 색에 대해 한층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 원래도 그림 그리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색에 대한 기본지식은 가지고 있었으나, 돌이라는 도구에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흥미를 키운 덕분에 다양한 색이 돌 위에서 어떤 느낌을 주는지, 수성 물감이 아닌 아크릴 물감이 주는 질감 차이 등도 흥미로워했다.
나는 예술에 큰 재능을 가지지 못했으면서도 늘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집중 속에서 얻는 안정감을 좋아한달까. 그래서 아무래도 한동안, 조약돌아트는 우리 집의 취미로 길게 자리를 잡으리라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개성 있게 그리고 싶은 데로 그렸다면, 이제는 책의 도안을 하나하나 따라 해보며 집중하고 심취해보려 한다. 그 집중의 순간마다 얻어지는 것들은 꽤 귀하니 말이다. 며칠 동안 돌과 아이패드 위에 만다라를 따라 그리며 내가 얻은 안정과 평화를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해 아쉽지만, 분명 누구라도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이기에 그저 이 책을 추천하는 것으로 많은 말을 대신해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