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 - 사교육비 모아 떠난 10년간의 가족 여행기
이지영 지음 / 서사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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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감히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여행을 가지 않고 학원을 보냈더라면 어땠을까?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우리가 함께한 여행의 모든 순간을 이길 정도로 강력한 것일까? 공부는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것이지 성적이 공부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충분히 신중히 고민했고,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p.7)

 

저자의 전작, “엄마의 소신”을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읽었던 터라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기대의 마음이 가득했다. 늘 나의 소신대로 아이를 키우려 노력하지만, 명문대를 보낸 엄마들의 육아서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키우면 아이도 엄마도 그렇게 자랄 수 있다고, 흔들릴 것 없다고 말해준 책이었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로 시작했지만, 가족의 성장기로 읽힌 것은 여전히 뚝뚝 묻어나는 그녀의 생각들 때문은 아니었을까. 

 

출간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 기억에 의존해서 되짚는 여행기라고 적어두셨는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사실 그녀가 다닌 미국이나 태국 등의 나라를 '여행의 설명'을 목적에 둔 여행기는 이미 차고 넘치지 않나. 나는 오히려 그녀가 아이와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느끼고, 대화를 나눈 이야기들이 훨씬 좋았다. 각 여행에서 아이들은 교과서에는 없는 것들을 배우고, 자신들의 시선으로 '어록'을 남기며 세상을 만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톨레랑스 이야기였다. “서로를 인정할 때 더욱 보기 좋은 것. 주변 사람과 비슷해야만 안심하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p. 203)”고 기록한 그 장의 제목이 며칠 동안 마음에 남았다.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래.” 사실 우리가 머리로는 늘 하지만 마음으로 쉽게 하지 못하는 말 아닌가. 이것을 그냥 말로만 설명하면 아이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작년, 각기의 귀함과 개성을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로 가르쳐주셨던 아이 선생님의 지혜가 떠올랐다. 이렇게 세상 모든 것에서 우리는 배운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만나는 꽃 하나, 풍경 하나가 쉬이 넘기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로 느껴진다. 

 

 

그럴 가치가 있다면 설사 뒤로 살짝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꾸준히, 묵묵히 헤엄쳐야 한다는 사실도. (p.84) 

 

이 책을 읽은 후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나는 시애틀도 안 가고, 사교육도 안 시키는데 어쩌면 좋냐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너는 학원 대신 단행본, 과외 대신 전집하고 있잖아.”란 다. 물론 농담으로 주고받은 말이지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 집이나 자신만의 소신으로, 아이에게 맞는 성장을 하면 되는 거라는. 

 

어쩌면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아이가 자신의 소신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바통을 터치하는 날까지, 그저 우리만의 이야기로 하루하루를 채워가야지. 그럴 가치가 있다면, 남들과 다른 길, 다른 속도로 가는 것도 전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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