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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5월
평점 :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이 이리도 많으니 나도 동심을 지키고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집 근처 작은 도서관 창가에 홀로 앉아 여름 소나기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거리를 바라보면서, 역시 나는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p.26)
처음 이 책을 만나고는 너무 귀여운 표지와 제목에 내용도 귀엽고 가벼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친구 집으로 피서를 하러 간다는 내용에서부터 이 에세이는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니겠구나, 감사함을 가득히 알고 지내는 선한 이의 글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죠리퐁을 말아먹을 우유도 없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마저 공짜라서 부자라는 사람이 어찌 가난하단 말인가. 은행의 기준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그의 마음은 절대 부족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봤다. 나는 가난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 기준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다를 이야기겠지만 일단은 따뜻하고 시원한 집을 가지고 있고, 냉장고에는 엄마의 반찬이 가득하다. 다행히 쌀도 며칠 전에 샀다. 읽을 책이 잔뜩 있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 캡슐도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랍에 가득하다. 아 나는 엄청난 부자구나. 갑자기 커피 한잔이 엄청나게 행복해졌다.
오늘 받은 마음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다시 누군가에게 보내야 비로소 내 것이 될 마음이다. (p.35) / 소박한 채소 하나가 여름 보양식이 되듯,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살고 싶기에. (p.116)
읽는 내내 그의 글에는 타인이 있다. 그는 분명 자신의 삶을, 그것도 오늘을 사는 사람인데 한순간도 혼자가 아닌 느낌이랄까. 짧은 글 안에도, 문장 하나에도 타인이 가득 있어서 나는 그녀의 지인을 잔뜩 소개받은 느낌이었다. 어울리는 이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그녀가 따뜻해서 그녀의 지인이 따뜻한지, 그녀의 지인이 따뜻해서 그녀가 따뜻한지 그 순서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그이들은 모두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녀의 문장들을 통해 내 지인도 만난다. 늘 나에게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가족과 친구들. 나의 하루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니 행복해졌다. 아마도 그녀는 주변에 이런 사람일 것이다. 하물며 문장으로 만난 “책 이웃”인 나에게도 이런 따스함을 주니 말이다.
점점 세상은 금전적인 것이 가장 중요해진 듯 변해가지만, 사실은 그런데도 사람의 정, 사람의 신념과 꿈 등이 더 상위 개념인 것은 누구라도 안다. 문득 자신이 경제적인 것에 휘둘리는 듯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면 좋겠다. 하루하루를 더욱 알차게,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게 살아가는 부자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