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인원 - 끝없는 진화를 향한 인간의 욕심, 그 종착지는 소멸이다
니컬러스 머니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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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이 말했듯이 하나의 작품이자 동물의 본보기다. (p.60)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반반의 마음으로 출발했다. 읽어내고 싶은 욕구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몇 년 전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몹시나 힘겹게 읽었으나, 읽고 나서 남는 게 아주 많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했다. 무지한 나를 조금이라도 지성에 가깝게 하는 책. 무지함조차 잊고 사는 내게, 기억해야 그것들을 짚어주는 고마운 종류의 책이라고나 할까. 

 

사실 다소 극단적인 면은 있으나, 슬프도록 사실적이다. 진화를 향한 인간의 욕심은 결국 인간을 소멸에 이르게 한다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인간의 멸망을 이야기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인간이 이 땅에서 제대로, 진짜 '웰빙' 하며 살아가게 하기 위한 책인 것이다. 물론 책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냉소적인 태도에 모두 동의하는 태도는 아니지만, 인간이 생태계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존재가 되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에는 다소 동의하기에, 나도 꽤 진지한 태도로 읽었다. 

 

사실 인간을 그저 생물학적인 존재로만 이야기하는 듯한 초반은 쉬이 읽어지지 않았다. 지극히 문과 머리인 내가 생물학적 기원이나 DNA, 생식, 뇌, 노화 그리고 죽음까지를 어떻게 쉽게 이해한단 말인가. 그러나 인간의 지성이나 문명, 지구 온난화 등을 이야기할 때에는 마음이 묵직해졌다. 최근 우리 아이의 최대 관심사가 지구가 되며 아이와 환경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블로깅을 하고 있었기에 생태계의 파괴가 더욱 무서운 마음으로 다가왔다. 

 

분명 지구 온난화를 포함한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의 이기심에 온 것이 맞고, 그것을 책임지고 개선해야 할 주체 역시 인간이기에 그의 글을 극단적이라는 말로 덮어버릴 수 없었다. 이 말을 지금하지 않으면, 인간의 끝은 어디일까.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쉬이 떨칠 수 없었다. 

 

내내 묵직함으로 읽어가던 내게 작가는 더욱 무거운 돌을 던지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우리는 바꿀 수 없거나 바꿀 마음이 없는 항로를 따르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기 전까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물이 풍부한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고통받는 다른 존재에게 더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해 나간다면 이 모든 것이 기대보다 오랫동안 지속될지 누가 알겠는가? (p.172)”하고 말이다. 

 

이 말이 한편으로 더 반가웠던 것은,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종말이 아님을 확인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본질에서는 이기적이라 생각하지는 않기에, 안타까웠던 그의 문장들이, 그런데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나, 그저 생태계를 더럽힌 '호모데우스'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 책을 읽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실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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