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아니 카스티요 지음,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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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그림책은 꽤 많은 분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또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은 정말 1가구 1책 필독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이 책은 가까운데 두고 자주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의 '퐁'이 반응이 없거나, 언짢거나, 돌아오지 않는 어느 날 가만히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읽어보시라고 말입니다. 우리 집도 오늘은 일곱 살이 아닌 두 살이나 세 살이면 좋겠다는 아이와 함께 앉아 핑을 꺼내 들었습니다. 온기가 가득한 퐁이 되어주기 위해, 아이를 가득 안아주며 말입니다. 

 

사실 이 책을 '자아 형성'이라고 해야 할지, '관계 형성'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분명 핑과 퐁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주고받는 인간관계도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자아로 구분한 이유는, 그 모든 것이 나의 마음에서 비롯됨을, 또 퐁이 오지 않아도 괜찮은 핑이 되려면, 내가 단단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이 책은 '자아'이며 동시에 '자존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빨간 옷을 입은 귀여운 핑. 표지만으로는 무슨 내용일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표지에 적힌 “자유롭게, 용감하게, 현명하게”라는 그 어디에도 쓸 수 있는 말이잖아요. 그러나 책을 펼치면 그 말이 어디에 쓰일 때 가장 가치가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겁니다. 탁구처럼 핑퐁을 주고받는 빨간 핑과 파란 퐁을 보다 보면 우리 사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글씨를 몰라도 핑과 퐁이 주고받는 것이 무엇일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그림 먼저 읽기'를 하며 때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나기도 하고 텍스트와 같은 내용을 만나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가 퐁이를 두고 “언젠가는 핑의 마음을 알아줄 거야.”라고 말해 마음이 찡했습니다. 

 

포스트잇을 뜯어내고 글씨를 읽어주었을 때, 아이의 말에 매우 놀랐습니다. “엄마 나는 핑과 퐁이 친구가 되려고 핑이 노력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핑과 퐁은 한 명이구나!”. 아이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망설이며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으니 핑은 '뇌'님 같고 퐁은 '심장' 같다는 겁니다. 뇌가 생각하고 명령하며 무엇인가를 할 때, 심장은 행복하고 즐겁고 슬프고 화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아이의 말처럼 핑과 퐁은 우리 스스로가 될 수도 있고, 사회에서 주고받는 인간관계가 될 수도 있고, 꿈이 될 수도 있고, 성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을 누가, 어느 순간에 발견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이와 이 대단한 책을 읽으며, 아이 자신도,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꿈에서도- 퐁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또 반대로 퐁의 “가벼운 방문”에 너무 들뜨거나 설레하지도 말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퐁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내가 핑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퐁을 받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입니다. 정말 우리 아이가 살면서 핑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고, 도달의 순간보다 과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러자면 제가 아이의 핑에 더 진솔히 응답하는 퐁이 되어주어야겠죠?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내 아이가, 또 아이들이 행복한 퐁을 만날 수 있기를, 상처 주고 사라지는 퐁은 만나지 않기를 기도하게 되는 밤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핑과 퐁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상상해보아요.

2. 우리가 겪는 일 중 '나의 몫', '다른 사람의 몫'을 이야기해보아요. 

3, 우리의 다음 핑을 이야기해보아요. (그림도 그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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