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이빨 비룡소의 그림동화 101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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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먹여 살려온 세월을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와 손주. 어떤 분위기가 연상되는가? 애잔하고 안쓰러운 분위기를 상상했다면 틀렸다. 체스를 두는 할아버지와 손주는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이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짠하지 않다. 다정하고 유쾌하다. 물론 할아버지의 허풍에서 살짝 애잔하려 했으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은 언제나 그렇듯 슈퍼맨이다. 짠하다는 생각보다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진다.

 

할아버지는 왜 이빨이 하나밖에 없냐는 손자의 물음에 “한때는 나도 강철 이빨이었다”는 대답으로 시작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유령을 만나기도 하고, 이빨 클럽도 간다. 바나나를 먹다 빠지기도 하고, 나무오리를 깨물어 뽑히기도 한다. 가족을 꾸리며 이빨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된 할아버지는 이빨 쓸 수 있는 그 모든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짠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분명 찡한 일이다. 코끝이 시큰해지려는 찰나, 할아버지의 마지막 이빨이 빠지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반전 개그, 허무개그가 그림책에 숨어있다니! 결국, 할아버지의 이빨은 행운의 부적이 된다. 그렇게 또 인생은 계속되는 거다. 

 

워킹맘을 둔 탓에 “할미, 손주 돌보는 할빠”와 커온 우리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무척이나 각별한데, 그런 할아버지가 이 책을 읽어준 덕분에 아이는 더욱 신이 났다. 책을 읽고 난 뒤 “할아버지도 아픈 사람들을 엄청 많이 구해주셨죠? 할아버지도 강철 이빨이에요” 하는 바람에 나도, 아이의 할머니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래서 이 책은 짠한 게 아니라 찡하다. 

 

어린 시절 아이들의 세상은 좁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 조금 더 확장한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정도랄까. 그래서 더 크게 느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가족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드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깔깔 웃으며 술술 읽다 보면 저절로 가족의 소중함, 살아가는 이치, 추억 등을 깨닫게 된다. 엄마의 설명 하나 없이 이 책을 온전히 받아들인 우리 아이도, 우리 집 강철이빨인 내 아빠와 아이 아빠에게도 멋진 순간을 만들어준 책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우리 집 아빠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

2. 나의 좋은 점을 자랑해보아요. (비룡소 비버북에서 참고)

3. 우리 집 추억의 물건을 선정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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