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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문해력이 평생 성적을 결정한다 -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최고의 교과서 활용법
오선균 지음 / 부커 / 2022년 3월
평점 :

아이에게 주도권을 넘긴다는 것은 아이가 다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은 아닙니다. (...) 올바른 습관을 잡아 주고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엄마의 계획대로만 책을 선정해서 읽도록 한다든지 아이가 책을 읽을 시간에 다른 것을 하게 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p.54)
우리 아이는 아직 “예비 초딩”이다. 그래서 종종 내가 역사 공부나 다양한 독서를 함께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어릴 때부터 “공부”시키는 것은 아닌지 묻는 엄마들이 있다. 그러나 명확히 밝혀두고 싶은 것은 나는 아이가 성적이 좋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다양한 책을 읽지 않은 아이들이 문해력이 좋기 어렵고, 제대로 읽은 아이들이 이해력이 부족하기도 어렵기에 그저 읽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은 것이다. 성적에 운운하다 보면 역사가 암기과목이라고 받아들이게 될까 봐 역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조금 뿌듯했다. 잘 모르는 내가 그저 아이가 재미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해온 몇몇 행동들이 강남 엄마들이 극찬해온 것들이라니! 강남에 살지 않으면서 강남 엄마들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적어도 내가 완전히 마이웨이를 걷던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할까.
이해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자료를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며 중요한 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해력이 길러집니다. (p.106) / 이해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소화해야 하는데 찾은 정보조차 시각적 이미지에 의존하며 쓱 대충 읽고 지나갑니다. (p.162)
아이의 이해력을 키워주고 싶었던 것은 아이가 더 재미있게 세상을 만나고, 타인을 잘 이해해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길 바라서였다. (살다 보면 이해력 0%의 이상한 사람들을 안 만날 수가 없더라)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이해력이 좋은 아이가 왜 다른 것들을 더 잘 받아들이는지, 아이의 이해력을 다양한 폭으로 키워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좀 감이 잡혔다. 아이를 낳고 7년째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해왔으니, 이제는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주는 것도 좋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을 골고루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요? 계속해서 같은 책을 읽어 달라고 하거나 같은 책을 읽는 것은 아이가 그 책을 좋아하고 재미있어서 그런 겁니다. 재미가 없는데 계속 그 책을 읽어 달라고 하거나 계속해서 읽겠어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서 생각하니 문제입니다. (p.120)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정말 생각이 많았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독서만큼은 30년째 꾸준히, 즐겁게 해왔기에 우리 아이도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고 읽어온 것 같다. 물론 아이의 성향도 한몫했을 것이고. 그런데 종종 주변에서 아이의 독서를 의논하며 강제로 책 읽히기를 시킨다거나, 엄마의 욕심으로 사들인 책들을 읽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것을 보며 무엇이 맞는 것인가 고민이 들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생각이 명확해지는 기분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한 점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문해력 관련 도서를 한두 권만 읽을 거라면 이 책이면 충분하리라 생각되는데, 앞쪽에는 문해력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키워줄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뒤쪽에는 학년별 진단, 교과서 어휘 등을 다루고 있어서 이론에서 실전까지 잘 정리가 되어있다. (엄마 욕심에 뒤쪽 초등학생용 문해력 진단을 해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지금 내 또래의 엄마들, 학창시절에 가장 재수 없는 거짓말을 꼽으라면 아마 “교과서로 공부했어요”를 고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교과서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우는 다양한 비법을 다루고 있다. 아이가 3학년과 5학년 문턱이라면 더더욱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리고 싶고, 나처럼 예비초딩 엄마들도 미리 만나본다면 갈피를 잡는 데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