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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 스타일 ㅣ 개나리문고 1
윤정 지음, 시은경 그림 / 봄마중 / 2022년 4월
평점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매우 좋아한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그 안에 가득한 따뜻한 정서를 대신에 할 책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이제는 아이가 있어 당당히 그림책을 사 모으지만, 학창시절과 아가씨 때도 난 부지런히 그림책과 동화책을 사곤 했다. 아마 나처럼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내가 말하는 그 따뜻한 정서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오래 입었지만 포근한 스웨터 같은 온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동화책은, 정말 스웨터의 정석인 “밤톨 스타일”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 정감넘친다. 살짝 촌스러운 머리의 주인공, 그리고 배경의 이발소. 우리의 주인공 황영찬은 황소이발관의 작은 손자다. 우직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이발을 하는 할아버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미용실을 가고 싶어 하는, 그러나 죄송해하는 큰 손자. 개구쟁이와 착한 손자 그 경계 어딘가에 있는 작은 손자. 그들의 이야기가 더 정감이 가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라서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것은 감정을 매우 섬세히 표현하는데 아이들이 읽으며 타인의 감정을, 상황에 숨겨진 복선들을 아이들도 파악할 수 있다는 거다. 그림책을 살짝 지나온 과도기의 아이들이 읽기 전혀 어렵지 않은 문장과 내용, 그러면서도 시시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동화책을 읽을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갈림길에 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책을 좋아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그림책을 읽을 땐 엄마가 읽어줬는데 이제 글씨 좀 읽을 줄 안다고 안 읽어주니 힘들어서 등의 이유로 책과 멀어지는 아이도 있을 테고, 스스로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차근차근 영역을 넓히는 아이도 있을 테고. 아이가 책이 싫어서 안 읽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읽기가 힘들어서 못 읽게 되는 것은 너무 슬픈 일 아닌가. 이 책은 그런 경계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책인듯하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호흡이 짧다. 아이가 스스로 읽기에도 버겁지 않고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버겁지 않다. 아이와 한 장씩 나눠 읽거나, 따옴표는 아이에게 읽게 하거나 하는 등 “읽는 연습”을 시키기에 매우 좋은 책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가 일인다역을 하며 대사 읽기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읽어주는 엄마도 재미있을 요소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밤톨 머리”, “좋아요” 등 어른 문화도 녹아있어 유쾌했다. (작가님. 새로이 오빠 이야기하는 거 맞죠? 맞다고 해줘요.)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던 “밤톨 스타일”. 봄을 마중하는 이름의 출판사에서, 아이들의 “스스로 읽기”를 마중하는 책을 내준 것 같아 봄처럼 설레고 좋다. 우리 아이들이 인생의 “봄”이라는 계절을 지내고 있듯, 좋은 책들이 아이들 걸음걸음을 예쁘게 수놓아주면 좋겠다.
개나리 문고야, 앞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들려줘! 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