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최신 개정증보판
김정희 지음 / 혜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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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지금이라는 단어를 나는 두려워한다. 아이들은 항상 '지금' 엄마 손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의 지금은 십 년 혹은 이십 년의 세월이다. 그토록 긴 '지금'은 한 개인에게도 중요한 시간이다. 그러니 엄마라는 존재는 두 가지 삶을 동시에 보듬어야 한다. (p.9) 

 

솔직히 말하자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아무리 수학이 좋아도 어떻게 수학이 아름다울 수 있어, 그래 봐야 수학이지.”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런데 책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작가님은 내 마음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는 삶이 얼마로 신중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아이의 성장에 힘쓰다 보면 때때로 제자리를 맴돈다는 말로 라포를 형성하더니 “자유롭고 반짝이는, 수학적인 순간을 좋아한다. 그 순간을 수학 포기자라 불리는 많은 이들이 발견했으면 한다. (p.13)”며 미끼를 던진다. 맞다. 나는 그것을 덥석 물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빠져들 듯 읽었다. 

 

 

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동안, 최고로 몰입한 순간에 죽을 수 있었던 아르키메데스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p.124) / 하인이 차려놓은 밥상을 받지 않아서 때마침 방문한 다른 사람이 뉴턴의 밥상을 비웠는데, 뒤늦게 식사를 하러 내려온 뉴턴이 자신의 접시가 비워져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밥을 먹은 모양이군”하고는 다시 자신만의 연구실로 들어가 버린 일도 있다고 한다. (p.176)

 

유명한 수학자들의 일화와 함께 여러 수학 이론을 읽다 보니 어느새 중반을 넘어섰다. 만약 이 상태에서 책이 끝났더라면, 내게 아무런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테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심리를 알기라도 하듯 몰입하는 방법, 수학문제를 풀이의 이점 등을 상세히 풀어낸다. 작가님 스스로가 수포자였기에 더욱 공감 가는 이야기들, 소설가가 풀어낸 수학 이야기라 더 소설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들은 이어진다. 

 

수학은 과학과 마찬가지로 가장 디지털적이며 현대의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코드이다. 그러나 수학을 익히는 과정은 아날로그가 아니면 안 된다. 수학은 악기와 마찬가지로 손으로, 몸으로 익히는 것이지 기계로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p.263)

 

아마추어 수학자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은 넘치는 감수성이어야 한다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학이야말로 감수성이 가장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수학문제집을 시집이라도 읽듯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푼다. 수학자가 되는 과정을 느리고, 자세히 기록하는데 이걸 읽는 동안 묘하게 나도 수학을 풀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더라. 그러며 문득 든 생각이 학교 다닐 때처럼 치열하게 성적을 위한 수학이 아니라, 그저 생각을 전환하기 위해 예쁜 노트에 예쁜 펜으로 느리게 푼다면 수학도 재미있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또 수학 문제를 잘 풀지는 못하더라도 수학에 관한 이론들은 얼마든 만날 수 있지 않은가! 잘 생각해보면 나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싫어하지만 수학자에 대한 것이나, 그 배경의 역사서는 재미있게 읽어오지 않았던가. 

 

이 책을 포함해 요즈음 몇 권의 수학책을 읽었는데, 마흔을 앞두고서야 수학이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조금 아쉽다. 수학이 솔직하고 직관적인, 매력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학생 때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안녕 수학. 우리 면 튼 지는 꽤 오래지만 이제야 처음 너를 반가워하는구나.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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