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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수학 이야기 ㅣ 지식이 담뿍담뿍 5
나동혁 지음, 홍수진 그림 / 담푸스 / 2022년 3월
평점 :

이처럼 시간의 흐름을 정교하게 파악하는 데는 다양한 수학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장영실이 체계적으로 수학을 배운 수학자였던 것은 아닙니다. (p.31)
참 묘한 일이다. 장영실이 체계적으로 수학을 배운 수학자가 아니라는 말이 이렇게 위로가 된다니. 맞다. 나는 수포자, 그것도 일찌감치 포기한 “100% 문과 유전자”다. 철수와 영희가 몇 바퀴 뛰어야 만나는지를 왜 계산해야 하나, 사람이 어떻게 매 바퀴를 같은 속도로 도냐고 물었다가 수학 선생님께 쫓겨난 적도 있는 나는 어른이 되면 수학과 담을 쌓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사는 순간순간 수학을 만나게 되는 것도 모르고, 엄마가 되면 후회할 줄도 모르고.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세상에는 좋은 책이 참 많다는 거다. 엄마가 수포자라도, 아이는 수포자를 만들지 않을 감사한 책들.
이 책 리뷰도 시작하기 전에, 작가님께 엎드려 절부터 하고 시작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이 책 진짜 재밌어요.” 소리를 몇 번이나 했으니 말이다. 사실 우리 집 꼬마가 보기에는 글 밥이 조금 많다. 초등학생 정도에 적합할 수준이지만, 우리 아이는 나와 함께 단락 나누어 잘 읽어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재미있으니 더 읽자고 속도를 내기도 하고,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다시 읽자고 속도를 줄이기도 하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나이팅게일, 장영실, 아리스토텔레스 등 저명한 10명의 수학자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서 마치 동화를 읽는 듯 편안한 마음으로 읽다 보면 저절로 수학 개념도 익히게 되고, 수학이 우리 일상생활에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아이뿐 아니라 나도 읽는 내내 “와, 선거제도에도 수학이?”, “보도블록에도?” 하며 놀라고, 신기해하다 보니 어느새 한 단락을 뚝딱 읽었더라.
나의 수학 수준은 중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초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나처럼 반응할 것 같다. “우와 이게 이런 비밀이 있었어?” 하며 즐거워할 테다. 또 그보다 더 어린아이들은 우리 아이처럼 몰랐던 것을 차곡차곡 쌓느라 집중할 것 같다. 단순히 수학 이론만 이야기했다면 재미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인물과 합쳐놓으니 그럴듯한 이야기 하나가 태어난다. 지겨워질 만한 하면 재미있는 삽화와 그래프, 이론 풀이 등이 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맞이했고, 각 인물당 분량이 크게 많지 않아 아이들의 집중력이 끝나기 전에 한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분량이나 시간도 책을 고르는 요소 중 중요한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잘 나누어진 책들은 반가운 마음도 든다. 이 책이야말로 분량, 내용, 재미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받아들고 읽기 전까지, “인물로 배우는 재미난 수학”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 수학은 늘 지루하고 재미없는 데다가 욕하고 윽박지르는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과목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난 것이 너무나 고맙다. 적어도 우리 아이는 수학에 대한 좋은 첫인상을 안고 갈 테니 말이다.
나 역시도, 이제 수학이 조금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