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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는 바보 히어로 ㅣ 팜파스 그림책 7
김연주 지음 / 팜파스 / 2022년 3월
평점 :

표지부터 엄청난 그림책 두 권이 배달왔다. “우리 오빠는 바보히어로”와 “내 동생은 얄미운 지니어스”.
식탁 위에 무심히 얹어두었더니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가 가방을 맨 채로 책장부터 펼친다. 첫 이미지가 인상적이라는 뜻이다. 텍스트가 많지 않아 포스트잇을 붙이지 않았는데 (글 밥보다 일러스트를 먼저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늘 글 밥을 가려서 책을 주고, 일러스트를 보고 나면 때서 읽게 하는 편이다) 아이는 앉지도 않고 단숨에 두 권을 다 읽어버렸다. 재미있고도 감동적이라는 극찬과 함께 자신도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고 송이를 부러워했다.
책이 특히나 인상적인 점은 같은 상황을 동구의 관점, 송이의 관점으로 풀어간다는 거다. 사실 아이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유추하기 어려운데, 이 책은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때 타인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상상해볼 수 있어 참 좋다.
먼저 오빠 동구를 만나보려 한다. 아침을 맞이하자마자 동생을 괴롭히는 것으로 아침을 여는 동구. 맛있는 것도 혼자 먹어야 하고, 동생의 새 옷도 자기가 입어야 한다. 떼쓰기는 물론 잠을 안 자고 버티기까지, 개구쟁이들이 하는 건 모조리 다한다. 한편으로는 짠했던 게 “너는 비켜, 엄마는 나만 사랑해”라는 부분이었는데 동생이 생겨 뜻하지 않게 “아기” 자리를 빼앗긴 첫째들의 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한 부분은 그래도 동생의 위기를 지키러 가는 히어로의 면모였다. 수많은 오빠가 하는 말, “내 동생은 나만 괴롭힐 수 있어!”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고, 다시 동생을 괴롭히는 새 아침이 밝은 것은 너무 웃겼다.
우리 집 꼬마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깔깔 웃었다. 혼자 한번 읽고 나서 나와 같이 읽을 때, 이미 두 번째 세 번째 읽는 것임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러스트 자체도 엄청 귀엽고 재미있고, 종종 등장하는 엄마나 동물들의 표정도 익살이 넘친다. 고양이와 강아지조차 남매처럼 표현되었는데 이 부분이 마치 앙숙이라 알려진 견묘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 같아 웃겼고, 서로 으르렁 대면서도 공공의 적이 나타나면 한 편이 되는 현실 남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어 웃음을 보태주었다. 제목에 각각 '바보'와 '얄미운' 위에 크게 엑스 표가 쳐있다. 이 자체가 현실 남매를 반영하는 느낌인데, 미울 때는 '바보'와 '얄미운' 대상이었다가 좋을 때는 '히어로'와 '지니어스'가 되는 우리 집 꼬맹이들 그 자체가 아닐까?
실제 남매를 키우는 집이라면 서로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길잡이 역할로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물론 외동인 우리 아이에게도 입장 차를 이해하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을 리뷰하는 것을 보더니 옆에서 “다른 사람 마음도 배우고, 재미있기까지 하다”며 “찹쌀이 추천도서”라고 전해달라며 또 이 책 두 권을 들고 사라졌다. 이 한마디면 사실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충분한 것 같다. “아이가 추천하는 재미있는 아이 책”.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동구와 송이의 마음을 비교해봐요.
2. 동생이나 친구를 약 올리고 싶은 것은 어떤 마음일지 이야기해본다.
3. 동생이 생기면 정말 엄마를 빼앗긴 기분일지 이야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