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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리기가 싫어 - 달리고 싶지만 달리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애증의 러닝 가이드
브렌던 레너드 지음, 김효정 옮김 / 좋은생각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당신이 이겨야 할 유일한 상대는 '너 따위가 무슨 러너'냐고 비아냥대는 당신 머릿속 목소리다. (P.62)
“나는 달리기가 싫어♥” 뭐냐. 이 반어법적인 제목은!
이게 내가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이다. 그런데 그 뜻은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운동을 몹시나 싫어하면서도 머리가 복잡할 땐 조깅을 하는 나의 모순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런데 이 책을 순식간에 다 읽고 덮으면서 생각했다. “와, 이 사람 뭐지? 글 왜 이렇게 잘 써?”
자. 이 책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달리고 싫지만 달리기 싫은 사람을 위한 애증의 러닝 가이드”임과 동시에 “하루하루 삶을 성실히 살아가야 할 우리를 위한 가이드”라고 말해주고 싶다. 맞다. 이 책은 달리는 습관을 잘 기르기 위한 책인 것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자신의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는 그 모든 것들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싫다면서 하트를 박아놓은 표지처럼, 이 책은 일단 “예쁘다”. 읽는 내내 삽입된 표들이 너무 예뻐서 읽으면서도 기분이 좋더라. 그리고 내용도 너무 쉽게 잘 풀어져 있어서 이 책을 덮을 무렵엔 나도 그럴듯한 러너가 될 수 있을 듯한 강력한 느낌까지 들었다. “속도를 내는 것보다 멈추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P.40)”는 말에서 위로를 얻기도 했고, 주말 새벽 아이와 남편이 자는 틈을 타 동네를 달리(걸으)며 봄을 만끽하기도 했다.
우리는 예로부터 열심히 노력한 끝에 보상을 얻는다고 여겼다.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보상 일부는 노력하는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다. (P.128~129)
사실 나는 디스크환자다. 디스크가 증세가 심한 시즌에는 앉지도 못해서 서서 일을 하며, 사무실에서 혼자 꺼이꺼이 울었다. 그러고 서서 보고서를 살피고 있는 내가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제대로 걷지 못할까 봐 겁이 나기도 했고) 휴직을 하고, 거짓말처럼 상태가 호전되었고, 요즘의 나는 다시 걷는다. 그리고 아주 가끔 뛰기도 한다. 노력의 의미를 찾고 고통을 견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P.69)는 작가의 말은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다시 잘 뛸 수 있다는 말로 들려 많은 위로가 되었다.
당신이 3등이건 3천 등이건 개의치 않는다. 당신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열광할 것이다. (P.102)
맞다. 내가 몇 등을 하는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얼마나 빠르게 뛰는지, 또 얼마나 많이 뛰는 지도 마찬가지다. 그저 내가 나만의 속도로 잘 걷고, 달리고 있는 것. 내가 나의 한계를 딛고 일어서는 것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힘들었다면 일단 걷든 뛰어보라. 숨이 턱턱 막히면 힘든 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조금 달콤한 음료수 한잔을 마시도록. 세상 행복해질 테니 말이다. 때로는 타인이 주는 위로보다 나 스스로가 주는 단맛의 위로가 더 클 때가 있음을, 달리기를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