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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보이는 신발 이야기 ㅣ 보통의 호기심 5
이자벨 블로다르치크 지음, 마르조리 베알 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2년 3월
평점 :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나는 참 일관성있는 사람이다. 코트와 무늬 없는 니트를 즐겨 입고, 로퍼와 스니커즈를 사랑한다. 여름이라고 딱히 민소매를 입지도 않고, 추위를 많이 타면서도 패딩을 껴입지 않는다. 취향이 십여 년 유지하다 보니 이런 아이템들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니트는 누가 처음 만들었나, 이토록 멋진 트렌치코트는 누가 시작이었을까. 그런 나의 궁금증 카테고리에서 '신발' 영역을 채우는 그림책을 만나 소개하려 한다. 일단 일러스트 멋짐이 뿜뿜하고, 내용도 가득하니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이들에게도 강추한다.
이 책은 씨드북 “보통의 호기심” 다섯 번째 이야기다. 공, 여행, 비행, 자전거에 이어지는 '신발' 이야기. 종종 아이들의 문화 관련 그림책들에서 신발이나 의상을 모은 그림책이 있기는 하나, 이 책은 조금 더 깊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고대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신발, 계급이나 환경을 나타내던 신발부터 상징물로서의 신발, 신발의 변천사까지 이 책에서는 꽤 다양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이와는 다른 그림책이나 인터넷검색을 통해 살을 붙여 책을 읽었다. 이 책이 특히나 좋았던 게 일러스트가 단순하면서도 상세히 표현되어 있어서 실제 사진과 일러스트를 비교하며 보기 너무 좋았고, 속지에 그려진 신발 일러스트들로는 우리 집 신발장에서 닮은 꼴 찾기를 하며 신나게 놀 수 있어 더 좋았다. (게다 빼고 거의 다 있는 거 왜죠? 하하. 우리 아이는 특히 c 사의 스니커즈가 실제와 그림이 너무 똑같다고 신기해했다.)
특정 신발을 신어야만 왕궁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페이지를 읽으며 차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시상대에 올라 신발을 벗은 흑인들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용기와 투쟁에 관해 이야기했다. 다양한 운동화들이 언제 어떻게 신기는지 이야기하며 “농구도 하지 않는 엄마가 농구화를 가진 건 지구한테 좀 미안하다.”라는 환경 이야기까지!
사실 우리 아이가 혼자 이 책을 읽기엔 조금 깊다. 그래서 살을 붙여 읽느라 시간은 좀 걸렸다. 대신 풍성했고. 그렇기에 이 책은 나이 제한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생각 없이 신어온 신발들의 숨은 역사와 이야기를 만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듯, 아마 우리 아이는 신발을 신을 때 종종 이 책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자라며 무엇하나 쉽게 생겨나는 것은 없음을 이해하게 되겠지.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그림책이 존재한다. 깔깔 웃음이 나는 책도 있을 테고, 찡한 감동을 주는 책도 있다. 그저 일러스트만으로도 울림을 주기도 하고, 정보를 꾹꾹 눌러 담기도 한다. 아무래도 그림책만큼 다양한 얼굴을 가진 책은 없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그래서 든다. 이 책은 일차적으로는 정보와 역사를 눌러 담았다고 말해야겠지만, 그 너머에 수많은 얼굴을 한 사람들, 다양한 신발들을 일러스트로 만난다. 일러스트 하나하나를 세세히 만나다 보면 분명 그 이상의 것을 만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이 책 하나로 신발의 역사를 통으로 만난 기분까지 든다. 미래의 신발에는 어떤 기능이 있을지 이야기하며 신이 난 아이 얼굴에서 앞으로의 신발은 어떤 이야기를 품게 될지 기대감도 엿보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일러스트로 표현된 다양한 신발을 직접 검색해보아요!
2. 우리 집 신발장에서 책에 나온 신발들을 찾아요.
3. 연결하여 볼 수 있는 다른 책들을 읽었어요.
4. 미래의 신발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고 이야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