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한 장처럼 -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
이해인 지음, 오리여인 그림 / 샘터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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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우리 그냥 

오래오래 

고맙다는 말만 하고 살자.

 

-'고맙다는 말' 중에서

 

 

온 집안이 가톨릭 신자인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이해인 수녀님 문장을 자연스럽게 접해왔다. 언제인가는 수녀님이신 고모가 조카가 글을 쓴다는 말을 하셨는지 이해인 수녀님께서는 “늘 글을 쓰는 고운 마음으로 자라라”는 취지의 메모를 남겨 보내주셨더랬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에서 늘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느낌이 났다. 꽃이 피는 봄 언덕에 이는 아지랑이처럼 생명이 돋는 그런 따뜻함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그늘질 때마다 수녀님의 문장을 읽곤 했다. 수녀님의 문장은 늘 내게 민들레 홀씨가 꽃을 피우듯 온기를 채워주셨다. 

 

이번 책을 펼쳐 들고 속표지에서부터 코가 찡했다. “오늘을 처음인 듯, 마지막인 듯 살아가는 간절한 마음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 평생 자신을 수련하는 종교인으로 살아오셨고, 어느새 희수를 맞은 수녀님께서 간절한 마음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니. 수녀님의 절반을 살고도 꽤 많이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나는 얼마나 철부지인가. 

 

책을 한 장 한 장 아껴 읽었다. 읽을 책을 몇 권이나 쌓아놓고도 이 책을 유달리 아껴 읽은 것은, 그저 쉬이 읽고 덮고 싶지 않아서였다. 수녀님의 문장들이 내 마음에 가득히 피어나도록 천천히 읽고 싶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온 마음이 따뜻했다. 시기적으로 답답한 마음, 개인적으로 복잡한 마음 등을 마치 그래 다 알아, 하고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며 코로나 등으로 느끼는 시기적인 마음,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을 고민까지- 위로받는 느낌이 들 문장으로 가득했다. 

 

나는 가톨릭 신자지만 스님들의 책도 즐겨 읽는 편이다. 종교의 벽을 넘어온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아마 이 책도 독자들에게 그런 마음을 줄 것이다. 가톨릭 신자들이라면 한 층 더 종교적으로, 신자가 아니라면 그저 곱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 책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 초보'들도 무리 없을 것 같은데 시와 산문이 고루 섞어야 있어서 시 울렁증이 있는 분들에게도 좋은 문장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고,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심층적으로 읽을 것들이 있어 더 좋을 듯하다. 

 

이 책의 뒤표지에 '늦은 봄날 무심히 지는 꽃잎 한 장의 무게로'라는 말이 적혀있다. 나는 이 말이 참 시리게 아팠다. 흐드러진 벚꽃 잎이, 툭툭 떨어지는 목련 잎이 얼마나 슬픈가. 그 정도의 무게로 살아간다고 하시는 말이 시렸다. 한편으로는 그러면서도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생각했다. 

 

문득 종교인들은 가진 것이 없어 가벼우면서도, 짊어진 것들이 아주 무거운 분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 역시 가볍고 아름다운 문장이면서도, 세상을 묵직이 안은 것이 아닐까 싶고. 

 

어느새 봄이다. 겨울의 묵은 것을 툭툭 털고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것들로 나를 채워야 하는 시기. 내 마음을 녹여내 새로운 나를 피워내야 하는 시기. 이 시기에 정말 맞춤처럼 딱 맞는 책이다. 묵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해인 수녀님 덕분에 조금 일찍 봄을 만났고, 조금 일찍 묵은 눈을 녹여낸다. 이번 책도 감사한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읽었다. 부디 수녀님의 고운 문장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온 마음의 묵은 것들을 털어야지. 

안녕, 새 봄아. 안녕, 새 마음아. 반가워, 새로운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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