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 - 사진과 함께 즐기는 경이로운 천체의 향연
헬가 판 루어.호버트 실링 지음, 이성한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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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광 덕분에 초승달 주변이 보인다면 그 빛이 가져온 길이 얼마나 특별한지 생각해보자.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의 낮 지역에 떠 있는 구름에 반사돼 달로 이동하고, 달 표면에서 다시 반사돼 지구를 비추는 것이다. (p.148)

 

거의 매일 아침 하늘의 색을 관찰하며 눈을 뜨고, 잠들기 전 달님의 색이나 밤하늘의 색을 이야기하며 잠드는 아름다운 아이와 살고 있다. 덕분에 나도 매일 하늘을 관찰하는 호사를 누리지만 종종 아이가 하늘색이 어제와 왜 다른지, 오늘의 구름은 왜 양 모양인지, 파란 별과 노랑별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어온다면 제대로 대답해줄 수 있는 엄마는 몇이나 될까. 때때로는 “오늘은 천사가 하늘에 양떼목장을 만들었네~”하는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하늘이 오늘은 “왜” 그런지를 제대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사실 그런 생각에서 몇몇 천체도서를 읽었다. 아동서적도 찾아보았고, 성인 서적도 보았는데 하늘만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또 그 하늘을 제대로 보여준 책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 일단 너무 과학서적 같은 딱딱한 제목이 아니라 더 눈이 갔고(완전한 문과 엄마), 표지를 채우는 신비한 하늘 사진은 이 책 안에 얼마나 멋진 하늘이 들어있을지를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의 상상 그 이상의 하늘을 선사해줬음을 밝혀둔다. (우리 아이가 하늘을 보며 자주 사용하는 “what a wonderful”이 여기에 다 있다.)

 

군살 없는 사실적인 표현과 온갖 시를 옮겨놓은 것 같은 사진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 책은 펼쳐진 채 한동안 우리 집 식탁 위에서 “틈새 빛살”을 자랑했고, 우리가 본 하늘과 비슷한 사진을 대조해가며 읽는 사전형태의 독서가 이어졌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재미있게 읽혔다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 지식제공이 주목적인 책들은 정독하며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인데, 완벽한 현실이지만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사진들은 그 집중력을 다시 잡게 했고, 실제의 하늘과 비교하며 발췌독하다 보니 이불 위에서 느긋하게 누리는 책의 맛을 완전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울 하늘의 모습도, 살면서 만나지 말아야 할 하늘의 모습도, 인간이 만들어낸 두려운 모습도, 이 책 속에서 대신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때때로는 아무 글씨도 읽지 않고 사진만을 바라보기도 했다. 최근 스스로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던 아이가 이 책은 내내 읽어달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읽는 것에 신경을 빼앗기고 싶지 않단다. 제대로 잘 듣고, 잘 알아두고 싶어서 자기는 눈으로 읽고, 소리로 읽어주었으면 한다고. 정말 아이는 책을 읽는 내내 소리한 번 내지 않고 가만히 사진을 보거나 눈으로 텍스트를 따라 읽으며 집중했다. (며칠 전 올린 책 읽는 동영상 참조)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보다 완벽한 하늘 공부가 또 있을까 하고 여러 번 생각했다. 

 

이 책은 사진만을 보기에도 너무 좋고, 진지한 태도로 앉아 정독하기도 좋다. 또 나처럼 소리 내 읽으며 조금씩 아껴 읽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의 하늘을 다 만나는 데 어떤 방법이 더 나은지 따져서 무얼 하는가. 경이로운 모습은 어떤 방법으로 만나도 경이롭다. 

 

아마 이 책은 우리의 침대맡에서 오래오래 함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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