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성공하려고 하지 말라는 거예요. 능력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는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결국 떨어지고 말거든요. 그러면 만회하기가 힘듭니다. 천천히 능력을 갖춰가면서 올라가면 오래갈 수 있어요. 성장하는 기쁨도 누리고요. (p.118)
이 책을 단 한 줄로 표현하자면, “천천히 읽으며 종종 눈물을 훔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 연휴가 끼어서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읽었는데, 그렇게 읽어 더 의미가 있던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아마도 내가 잘 나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종종 이 책을 뒤적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김형석 철학자님의 책을 꽤 많이 읽었다. (내가 알기로는 다 읽은 것 같다) 그동안의 책들도 다 좋았지만, 이 책은 현인의 말씀을 듣듯 그저 편안하게, 오늘 몇 장 읽고 내일 또 몇 장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 “나도 올해에는 책 좀 읽어볼까?” 하는 마음을 가진 누구라도 아이스크림을 고르듯 31개의 문답을 뒤적여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10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매일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러나 꼰대가 아닌 “오호 그랬구나. 그럼 이렇게도 생각해볼까.” 하며 따뜻한 손바닥으로 등을 쓸어주는 할아버지가 딱 이 책의 느낌 아닐까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정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나조차 알 것 같은 그런 따뜻함.
인생은 더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주는 것까지가 내가 내 인생을 완성하는 길이에요. (p.29)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 말고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과 우정을 나눠야 해요. (p.97)
사실 이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세수하며, 밥을 먹으며, 청소하며 여러 번 곱씹어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계산 없이 주는 마음과, 온전하게 받는 태도 모두가 중요하겠다고. 내가 가진 행복을 계산하지 않고 잘 퍼주는 것도 중요한데, 누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때 그것이 행복인지 알고 온전하게 받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내가 잘 받아야 주는 사람도 더 행복해지고, 나도 더 잘 줄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든 순간 무릎을 '탁' 쳤다. 이래서 현인이구나. 이래서 현답이구나 하고. 그의 지혜가 몽매한 내게도 이런 깨달음을 주는 것은 정말 깊은 생각이라서가 아닐까. 우직하게 책을 읽어온 이유가 이거다. 너무나 부족하고 모자란 나를 아주 조금씩이라도 키우기 때문에. 인생의 좌표로 잡아 온 '우공이산'에 김형석 철학자님이 몇 삽을 보태어 주신 것 같다.
사람은 자기 인생의 길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행복을 누리면서 살면 됩니다. 내 인생의 잣대를 갖고 남을 평가하거나 같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이에요. (p.48)
매일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매일 흔들리며 살아온 나지만 이제는 정말 좀 많이 괜찮아졌다. 이제야 헐벗은 나를 제대로 마주하고 있고, 이제야 내가 가진 아픔을 스스로 물 위로 꺼냈으니 말이다. 괜찮다는 말로 덮어두기만 했던 나에게 이 책이 말한다. 네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라고, 조금 돌아가도 괜찮고,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위로받았다.
추신) 당신이 올해는 책을 한 권쯤 읽어볼까 생각했다면, 이 책이 참으로 그럴듯하겠다. 책을 너무 오래 읽지 않아 읽을 자신이 없어도 되고, 이해력이 없어도 된다. 이 책이 당신에게 어린 시절 이후 다시 읽는 “컴백도서”가 되어도 되고, 올해의 마지막 책이 되어도 좋다. 일단 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만이라도 가졌다면, 이 책의 목차를 펼쳐 제일 마음이 닿는 물음을 먼저 읽어라. 나머지는 이 책이 알아서 해준다. 책이 알아서 그 누구라도 천천히 편안하게 읽어놓고 때로는 빙긋 미소가 지어지는 문장이나 눈물이 울컥 차는 문장을 만나게 하는 마법을 부려줄 테니 당신은 그저 목차만 펼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