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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누가 데려가나 했더니 나였다 - 웃프고 찡한 극사실주의 결혼생활
햄햄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그래도 나는 그러고 싶다.
엉뚱하다고 하겠지만 난 그게 좋아, 정말로. (p.267)
몇몇 지인에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재미없는(?) 책만 골라읽는다고. 물론 그때의 나는 내가 읽는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강력히 설명하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말 세상에는 재미없는 책이 거의 있다. (100권에 세 권 정도는 작가가 이따위 책을 세상에 내다니 미친건가 싶은 책과, 좋은 건 알지만 진짜 미칠거 같이 재미없는 책과, 무슨 말을 하는지 1도 모를 책들이 있긴 있다. 그나마 첫 예시같은 책은 그냥 덮어버리면 그만이니 뒤끝없는데, 나머지 두 종류는 머리카락을 쥐어뜯게 만든다. OMG!)
서론이 길었다. 아무튼 오늘은 재미없는 책만 읽는 이미지를 한방에 날릴 책을 소개하려한다. 책을 읽지않아도 인스타나 짤 등을 통해 누구라도 알만한 “시바(!)” 햄햄작가님의 신간, “누가 널 데려가나 했더니 나였다”. 사실 난 햄햄작가님의 팔로워라서 진즉 살짝살짝 엿보던 내용을 이렇게 완전히 책으로 볼 수 있다니, 너무 좋자나 시바. 으흐흐흐.
지난번 책은 정사각 판형이었는데, 이번 책은 또 길쭉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판형의 이유를 정확히 알겠더라. 지난번 책은 살짝 짤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네칸만화같은 느낌. 그래서 더욱 읽을거리가 있고, 익살넘치는 일러스트도 가득하고-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고 공감되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 혼자 낄낄거리며 단숨에 읽어냈다. 그저 웃기기만 하면 사실 나는 리뷰를 남기지 않을텐데, 현실의 매운 맛도, 연애의 달고쓴맛도, 인생 짠맛도 고루 담겨있다. 진짜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담겨있달까. (곰팡이 꽃 이야기를 볼 때는 안쓰러워서 모금활동이라도 하고 싶었고, 설거지 후 배가 축축한 시바를 볼 때는 내 배를 한번 바라봤다.)
사실 상단에 옮겨적은 저 부분은 찐한(?) 연애편지(?)의 한 부분인데, 이왕이면 로맨틱만 남기고 싶어서 저 부분만 따왔다. 그러나 작가님의 하루하루는 그저 핑크빛이 아니다. 아니, 우리 모두의 하루하루는 핑크빛이 아니다. 그저 핑크빛이기만 한 연애는 세상에 없을 뿐더러, 만약 핑크만 있다면 한달도 안되어 다른 연인을 찾아 떠날 것이다. 작가님의 하루하루를 엿보며 나는 때로 내 삶을 만났고, 친구의 삶을, 가족의 삶을 만났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첫장부터 끝장까지 공감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아마 누구라도 그럴 것 같다.
겨울 철, 햇살아래 배깔고 고구마나 물어뜯으며 읽기 가장 좋은 책이었다.
(아 끝으로 판다씨. 수고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