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
장크리스토프 뷔송.에마뉘엘 에슈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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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투는 200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탄복하지 않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전략이었다. 한마디로 “가장 작은 부분까지 다 계획을 짜서 멋지게 실행한 전략, 전술의 진정한 구현”이었다. (p.24, 한니발) 

 


나는 이 책을 “역사뒷담화”라고 말해주고 싶다. 음, 정확하게는 1인자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잘 기록한 책이라는 설명이 정답이지만 굳이 뒷담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패배자라는 단어에 묶여, “악인”이라는 색안경을 끼게 만들었던 이들의 이야기라서기도 하고 그만큼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한니발, 클레오파트라, 베르킨게토릭스, 잔다르크, 몬테수마, 기즈, 콩데, 샤레트, 로버르티, 장제스, 트로츠키, 체 게바라, 닉슨. 이름만들어도 아마 그들이 묘사되는 모습이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재미있다. 우리가 흔히 알지만, 세월이 숨긴 주인공들의 이야기라서.

 


사실 현재에도 많다.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 말이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는 재미나 교훈보다는 씁쓸함이 많아서 종종 뉴스창을 닫아버릴 때가 많다. 아마 그들도 먼 훗날에는 어떻게 기록되는지에 따라 다른 스토리를 만나게 되겠지. 


 

악명높은 장군 한니발, 혁명에 의해 살고 죽은 체 게바라, 당당한 여전사로 여전히 기록되는 광기의 잔다르크. 우리는 (아니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잘 알지만, 늘 세상이 만들어놓은 이미지로만 봐왔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생소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으며 새롭고 흥미로웠다. 아마 이제 나는 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나 책을 읽게 된다면 또 다른 재미를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상하이는 중일전쟁의 주요 전투지가 된다. 하지만 최대 학살은 12월에 난징에서 벌이진다. 중화민국의 총통이 된 장제스가 이 도시를 포기하라고 명령하고 난 다음이다. 하지만 한때 그는 그곳을 끝까지 수호하겠다고 맹세한 바 있었다. (p.410, 장제스) 

 


내가 굳이 이 문단을 기록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역사의 한 끝이 이 문장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제스의 오욕을 다른 것으로 기억할지 모르나, 나는 난징대학살이 장제스가 실패자로 변모한 한 고리라고 생각한다. 군인조차 버린 이 도시에서 일본은 강간, 살해 약탈을 자행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세계 2차대전의 전조가 된다. 그럼에도 장제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전쟁에서 모두를 지킬수는 없겠지만, 그 누구의 목숨도 쉬이 여겨서는 안되고, 또 절대적으로 그래서는 안될 사람이 그들을 포기했다. 결국 그런 흔들림들이 모여 모든 것을 흔든다고 생각한다. 한때 반드시 수호하고자 했던 곳을 버린다는 것. 그러나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을 신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한 후의 신념은 아집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이 멈추며 읽었고, 많이 고민했다. 내 컨디션 탓도 있었으나, 헷갈리는 포인트들을 다시 찾아가며 읽는다고 더더욱 오래 걸렸다. 다 읽은 뒤에도 리뷰를 쓰기 위해 한번 더 읽어야했다. 분명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남기는 것도 많다. 어렵게 읽은 만큼 꽤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을 빚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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