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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n의 초상
이연호 지음 / 좋은땅 / 2021년 5월
평점 :

너는 이상하게 이 지구가 멸망해도 그대로 있을 것 같아. (p.90)
사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죄송한 말이지만 읽고 사라지는 문장들 같아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고 할까.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이 책에 대한 설명 중 딱 한 문장 때문이었다. 오랜시간이 지나서 꺼내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기억들이라는 말. 아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아픔은 다소 잊혀지고 추억만 남는 다는 말처럼 들렸고, 실제 우리는 꽤 많은 관계에서 그런 감정을 배우곤 하기에 이유없는 공감이 들었다.
책은 표지에서 느껴진 첫 이미지부터 끝까지 같은 온도였다. 마치 자신의 아픈 기억을 시간이 한참 지난뒤에 툭툭 털어놓는 회고록처럼, 감정의 기복이나 변화없이 묵직했다. 군데 군데, 이 기억들이 작가의 경험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 문장들을 만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이 책은 파도 한번 일렁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수평선을 걷는 느낌. 그래서일까. 오히려 읽는 이의 마음에 바람이 인다. 아버지가 아이를 깨진 유리병위에 세워두는 장면이라던지, 벨트로 때리는 장면이라던지는 쓴 사람은 아무 일도 아닌 듯 써두어서 더 아픈 문장같았달까.
자식을 앞에 두고 매일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엄마와, 술만 마시면 아이를 학대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가 긍정적이고 밝을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아이도 있을수야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럴 수 없다고 더 많이 말할 것이다. 나 역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는 티가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지만 r의 사랑이 힘들 수 밖에 없고, n에게 그토록 집착하게 됨은 부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그래서 지구가 멸망해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n은 결국 없고, 사무치게 그리운 누군가가 되고, 다른 누구를 만나도 n을 찾고, 결국 자신이 누군가의 n이 되고자 살게 되는. 사실은 그 모든게 아픈 모습처럼 느껴졌다.
사실, 어느새 마흔에 가까운 나이지만 나는 여전히 사랑이 무엇이냐 물으면 글쎄, 라고 대답하게 될 것 같다. 정말 누군가를 위해 죽을수도 있는 사랑은 부모자식의 사랑말고는 가능할까, 하는 마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지구가 멸망해도 그 자리에 있어줄 것 같은 믿음도 사랑이라면 사랑이 뭔지 알것도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늘, 그렇게 그 자리에 있어달라던 목소리가 기억나 마음이 사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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