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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는 날 - 장화로 만든 동물 친구 그림책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8
이승범 지음 / 북극곰 / 2021년 7월
평점 :

비오는 날,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를 찾아다니는 것. 어린 나이의 나도, 지금의 꼬마도 매우 좋아하는 일이다. 사실 지금도 종종 장화를 신고 외출을 한 날에는 나도 모르게 물웅덩이도 용감히 지나간다. 첨벙첨벙, 비오는 날의 발놀이는 그렇게 즐거운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은 꼬마1단계 아이들부터, 꼬마 졸업반까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장화가 그려진 표지부터 명확한 내용임을 보여주고 있고, 작은 사이즈, 심플한 일러스트로 구성된 책이라 언니들보다는 꼬마단계에서 읽는 편이 더욱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꼬마들과 이 책을 읽는다면, 일단 장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는 표정으로 비오는 날을 이야기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다음은 알록달록한 색깔들을 이야기하며 우리집에 있는 물건들, 세상의 색과 매칭시켜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 가끔 세상의 색이나 모양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아이의 눈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느끼고 놀랄 때가 있는데,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도 그랬다. 아이는 이미 세상의 색이나 변화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빨강을 두고 엄마가 올 시간의 하늘이라니. 얼마나 서정적인가) 다음으로는 동물들의 발과 장화 수를 매칭시켜보는 것. 숫자를 셀 줄 안다면 혼자 세어보게 하고, 모른다면 같이 세어보며 어떤 동물의 발이 몇개인지, 그래서 장화가 몇 개, 몇 켤레(켤레개념도 알려주기)가 필요한지 이야기해보면 숫자개념도 알려줄 수 있어 더욱 좋다. 우리집의 경우는 여기 등장하지 않은 동물들의 발도 세어보았다. 마지막 포인트는 지렁이에게 장화를 나누어준 친구가 누군지 이야기해보는 것! 일러스트를 관찰하는 힘도 함께 길러줄 수 있어 좋다.
종종 그림책 한 권으로 어떻게 몇시간을 놀아줄 수 있나 질문을 받곤 한다. 사실 책을 엄마가 혼자 읽어주면 5분이면 된다. 그런데 같이 그림을 구경하고, 내용을 읽어보고, 책속의 색깔, 숨은 이야기, 일러스트에만 보이는 것들을 이야기하다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 그리고 아이는 그 책에 대한 이해가 꽤 깊어져 다음에 비슷한 책을 읽으면 책으로 하는 놀이를 스스로 찾아낸다. 이렇게 심플하고 직관적인 책에서도 놀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또 한번 그림책의 매력을 느낀다. 또 한번 그림책의 진짜 매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일 비가 오면 좋겠다. 아이와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에서 풍덩거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