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책을 리뷰하기에 앞서 한 마디 남기고 싶다. 책의 표지에 ADHD, 아스퍼거 등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를 위한 부모가이드라는 말이 있어 한정적인 부모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책은 그 모든 엄마, 아빠, 선생님들이 읽고 아이들의 다름을 이해하는 초석으로 사용하길 바라본다. 정말 좋은 책이다.
그녀는 내가 사람들이 애셔를 어떻게 볼까 의식하며 걱정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그냥 내려놓은 것이 커다란 삶의 교훈이라고 했다. (...) 그때부터 나는 애셔가 얼마나 다루기 힘든 아이인지 남들에게 설명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P.163)
언제인가 한 책에서 그런 말을 읽은 적이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한국이라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힘든 이유는,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라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종종 장애가 있는 아이들, 그 아이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느낄 때가 있는데 때때로 아이의 엄마가 필요 이상의 죄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은 그래서, 모두가 읽고 모든 아이의 다름을 이해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문을 여는 책이 된 걸지도 모른다.
저자는 초입에 자신의 아이가 다름을 처음부터 확 알아차리는 부모도, 그 해결책을 바로 알아내는 부모도 없다고 말을 한다. 수많은 기대와 실망, 적응 사이에서 우리 아이가 어떻게 다른지를 서서히 깨달아간다. 일반적인 아이도 그 과정을 거치고, 다름을 더 많이 가진 아이들일수록 그 과정을 더욱 많이, 다양하게 거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딱 두 종류의 부모가 된다. 내 아이의 다름을 이해하고 노력하느냐, 내 아이의 다름을 덮어두는가.
다른 사람의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려는 내 노력은 아직 미약하고 또 진행 중이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확신한다. (P.165)
공공장소에서 끔찍하게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의 체면을 세우는 일보다 아이의 상태와 감정을 먼저 생각하려는 결심이 필요하다. 어떻게 대꾸하고 행동할지 예측해 계획을 세우면 잘 대처할 수 있다. (P.173)
적어도 아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하게 하면 끝이 좋지 않다. (P.210)
부모로서 “~해야 한다” 는 불가능한 기대를 내려놓자 (P.274)
그동안 내 리뷰를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내가 평소와 달리 꽤 많은 양의 지문을 옮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테다. 사실 나는 나보다 뒤에 읽는 이들은 나와 다른 문장에서 감상을 얻으리라는 확신이 있기에 그리 많은 문장을 옮기지 않는 편이다. (다른 이들이 뭔가 얻은 문장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니까) 그런데 이 책에 대해서 많은 문장을 옮기고 있다. 다른 이유가 있냐고? 아니 전혀. 메모해두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은 것일 뿐이다. 그만큼 이 책에는 아이를 대하는 마음이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좋은 문장이 너무나 많다. 첫 페이지에서 끝까지, 정말 인덱스를 얼마나 붙였는지. 그동안 읽어온 거의 모든 육아서를 뛰어넘는 원 탑의 책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당황스러운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럴 때 우리는 아이의 상태가 마음보다는 어른의 부끄러움, 타인의 불편, 타인의 시선에 더 많은 신경을 써왔다. 그런데 왜? 우리는 왜 그랬을까. 동방예의지국의 사람들이라는 굴레로 실제보다 더 많은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나의 당황스러움을 버거워했을 뿐이다. 그 사이 아이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것은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가 대중적 공간에서 이른바 문제행동을 했다면 그것을 일단 부모 중 한 명이 수습하고, 나머지 한 명이 사과하면 된다. 혼자 있는 상황이었다면 일단 아이의 마음을 먼저 수습해주고 다른 이들에게 사과해도 된다. 아이는 문제를 겪은 당사자이고, 어른들은 주변인이다. 또 어른들은 아이보다 더 많은 인내와 지혜, 기다림 등을 학습했기에 어른이 아닌가. (아닌 사람도 많다) 아무튼 우리는 우리의 잣대와 욕심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려 했을 뿐, 정작 아이들의 상태를 제대로 내다보고, 주변인들에게 진짜 제대로 당당해지는 법을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아이에 있어서 예민하지 않은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예민하지 않아야 할 것과 예민해야 할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타인의 질문이나 시선에는 덜 예민하고, 아이의 상태에는 더 예민해져야 나아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은 “아이를 옹호해야 하는 이유”였다. 문제가 있는 행동을 가진 아이들의 엄마는 거의 반사적으로 죄송하다고 외치신다. 내 아이가 억울한 상황이라도 엄마는 일단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경험에서 학습된 행동이지만, 아마 그 상황에서 아이는 죄책감을 배우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아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당연히 교정되어야겠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내 아이의 편이 되어주는 것. 내 아이를 옹호해주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필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했다.
어른보다 절대적으로 부모와 맞닿은 아이들은 부모의 표정이나 행동에서도 많은 것을 느낀다. 반사신경을 느끼고 거울 반응을 하게 된다. 왜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어왔을까. 아이에게 예의와 규칙은 당연히 가르치되, 죄책감이나 수치심은 가르치지 말자.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기로 하자.
이 책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 신경 다양성을 가진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정상”이라는 범주에 갇혀 힘든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 모든 아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고쳐 말하고 싶다. ADHD, 아스퍼거 등 신경 다양성을 가진 아이를 위한 부모가 이더라고 하지만, 모든 아이는 다르고, 모든 아이는 각기의 “특별함”을 하나씩은 지니고 있기에, 그 모든 부모를 위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른들의 틀에 아이를 억지로 끼우고 싶지 않다면, 지금까지 억지로 그 틀 안에 아이를 쑤셔 넣어왔다면 제발 이 책을 읽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그래서 아이의 모양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주어진 달란트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후벼파는 책이었다. 정말 좋은 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