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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륵 사르륵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6
고마운 지음 / 북극곰 / 2021년 6월
평점 :

꼬마는 소리에 예민하다. 아주 작은 소리도
잘 듣고, 잠결에도 자신에게 하는 말은 기막히게 대답을 한다. 청각이
예민한 게 좋은 점은 세상의 소리들을 잘 듣는 다는 것. 잘 들어보세요, 멀리서 새소리가 들려요. 저 나무에서 매미소리가 나요. 빗물이 톡톡 떨어지고 있어요. 세상이 내는 아름다운 소리를 더 아름답게
전달해주는 종달새가 따로 없다. 악기소리에도 매우 예민해서 소리 듣고 계이름 맞추기, 악기이름 맞추기 등은 우리가 즐겨하는 놀이. (최근에는 좋아하는
동요의 음을 직접 연주(?)하는 것에 심취해있다.) 반대로
좋지 않은 점은? 세상 겁보가 따로 없다. 윙윙 소리가 나서
화장실에 못 가겠어요, 나뭇가지가 소리가 무서워요, 등등.
오늘 소개할 이 그림책 역시 이런 겁에서 출발한다.
세상의 나는 소리들이 무서운 부기와 세상의 나는 소리들이 궁금한 사리. 어쩌면 부기와 사리는
우리 꼬마 안에 살고 있는 두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그림책을 그렇게 접근했다. 자신의 마음에 사는 용감이와 겁쟁이를 만나는 이야기로 말이다. 아이는
그림만 보고도 이 책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상상해냈다. 나는 그림과 스토리가 너무 같아서 재미없었나, 너무 뻔한가 생각했는데 아이는 유치원에 가져가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싶다고 했다. (유치원 도서관에 없는 책을 집에서 보거나, 집에 없는 책을 유치원에서
보면 그렇게 행복해한다.) 아마 아이에게는 취향저격의 도서였던 듯하다.
아이는 부기와 사리의 표정을 다 흉내 내고, 대사고도 목소리를 바꿔가며 읽는 등 이 책을
참으로 즐겼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아이와 여러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이가 한 말 중 인상적인 말이 있다.
“뭔지 알고 나니까 부기가 아무것도 안
무섭다고 하네. 나도 맨날 무섭다고 할 때 같이 손잡고 가서 고마워.
나도 뭔지 알고 나면 안 무서워.”.
어느새 아이는 책 속 주인공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아이는 일러스트에 담긴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찾아보며 재미있어 했고, 주인공들의 대사 하나하나 곱씹으며 어떤 의미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를 생각해보며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사실 단순한 내용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뻔하지 않은 것은 일단 그림이 너무 재미있다. 부기와 사리 모두 표정 하나하나 살아있고, 그림 속에 작은 이야기들이 어찌나 많이 숨어있는지 일러스트에 흠뻑 빠지게 된다. 그리고 심플한 이야기와 교훈을 담아 오히려 아이가 직접 읽고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은 그림책이다.
때때로 아는 공포가 훨씬 크지만, 아직
우리의 귀한 아이들은 그런 공포는 모르고 자라도 된다. 평생 반복되는 공포따위는 배울 기회조차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 상상력에서 나온 공포를 이기는 재미만 배우면 된다. 이 책은 딱 그런 책이다. 무서움을 이겨내고 남은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세상만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책.
부기말처럼, 세상이 알고 나면 사랑스러운
곳이 되도록 만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