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1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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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인을 접했을 때 그 씁쓸하면서도 고혹적인 향기가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한동안 입으로 가져가지 않고 향기만 맡았던 기억이 난다. 정신을 가다듬고 입으로 털었는데 소위 극악의 망빈이라는 2013이라 바디감이 다소 가벼웠지만 오히려 그러한 가벼움이 쓸쓸하고 고혹적인 풍미를 한층 고조시켰다. (p.256 샤토 지스쿠르)

사실 나는 와인을 그리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매우, 심각한 맥주킬러다. 일년에 네다섯번 정도 마시는 와인이니 깊은 맛이나 정보를 알 턱이 없지만 그럼에도 와인은 클래식이나 미술처럼, 언제나 가까이 두고 싶은 그 어떠한 존재다. 그럼에도 와인을 공부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얼마전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던 와인을 회사동료들과 뜯었는데 동생들이 너무 맛있어 해 그때 살짝 그 와인에 대해 미리 알고 먹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해본 것, 그게 내가 와인에 대해 고민한 전부일지도 모른다. (2020년에 총 6번의 와인을 마셨는데 그 6번을 같은 이와 마셨고, 그 와인을 사온 이가 미리 와인에 대해 알아왔던 터라 내가 공부할 책임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을 읽으며 진작에 와인에 대해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사실 내 스스로 맥주를 매우 사랑하고, 맥주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이정도는 깊은 이해와 사랑을 가져야 쓸 수 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다 들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와인에 대한 기초정보부터 맛, 어울리는 안주나 분위기, 와인사는 법, 라벨 읽는 법까지 두루두루 들어있어 이 한 권만으로도 어느정도 와인에 대해 잡학박사쯤은 딸 수 있다. 와인으로 여심을 잡고 싶은 남자들이여! 이 책을 읽으라!

어차피 한번사는 인생인데 하루쯤 부자 흉내 낸다고 인생 망하는 것도 아니고, 연말연시는 원래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p.48)

사실 여전히 (부자가 아니면서)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색안경을 끼는 이들이 많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작가는 미리 말해준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하루쯤 부자 흉내 낸다고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고. 또 책에서 내내 말해준다. 비싼 와인이라도 다 좋은 것도, 싼 와인이라고 다 나쁜 것도 아님을. 또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방구석 와인라이프를 소개하기에 더욱 부담 없이 작은 취미를 시작하듯 와인을 시작해볼 수 있는 책이다.

와인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자의 원숭이 시리즈들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에, 이 책도 본전은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필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건강에 살짝 이상이 있어 빨리 읽을 수는 없었으나 최악의 컨디션에도 이 책은 꾸준히 손에 들고 있었을 만큼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와인에 대해 일자무식한 내가 읽어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와인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생각하니 와인을 어서 좋아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내 주변에는 무엇인가에 심취한 이들이 몇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내내 나는 무엇을 그렇게 좋아하고 꾸준히 해왔는가 싶은 마음에 괜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회의감은 이 책을 읽으며 다소의 도전의식으로 바뀌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이렇게 당당한 사랑으로 바꾸고 싶다는 욕심 말이다.

수오서재의 책은(어쩌면 거의 대부분의 책은), 언제나 크고 작은 결심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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