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교수의 한국과학문명사 강의 - 하늘·땅·자연·몸에 관한 2천 년의 합리적 지혜
신동원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측우기에는 세 가지 뛰어난 점이 있습니다. 첫째, 빗물의 양을 오차 없이 재려고 한 생각 자체가 평범하지 않습니다. 오차를 줄이는 것이 곧 과학이니까요. (p.116)

사실 처음에는 이 책을 보자 마자 겁부터 났다. 일단 책 두께도 어마어마했고, 책 제목도 무시무시(?)했기 때문.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그 어떤 책을 표지로 읽었으며 몇 십 권 장편도 읽어 놓고는 이 책은 못 읽겠나 하는 오기로 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내 노력은 딱 거기까지 필요했더라. 막상 책을 펼치고 보니 내용도 생각보다 훨씬 쉽게 정리되어 있었고, 내용도 우리가 꽤 접해온 것들이라 나름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우라 모든 생활은 과학인가. 이게 과학이구나 이마를 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담배처럼 이파리 하나가 세상을 바꾼 건 거의 없지만, 이에 견줄 만한 잎이 단 하나 있습니다. 바로 찻잎입니다. (p.374)

미래를 바꿀 창의적인 생각은 누구의 몫일까요? 우리 한 명, 한 명의 창의적인 생각이 미래 후손들의 세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p.592)

이런 문장에서 딱딱한 느낌이 나는가? 어렵고 불편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너무나 쉬운 언어로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을 술술 풀어준다. 이 책의 제목이 다소 딱딱해서 그렇지 요즘 유행하는 하루에 한 페이지 읽는 책으로 만들어졌더라면 더 친근한 느낌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저 편안하게 책을 읽었을 뿐인데 나는 혼천시계를, 한지가 질긴 이유를, 근대 통신망을 다 알게 되었다. 평소 역사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여기에 과학이 더해지니 다소 전설 같은 느낌을 주던 이야기들도 전문 지식으로 살아났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똑똑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과학적인 발견을 많이 했다 등의 말은 수없이 들었으나 왜 그런지 대해 물으면 대답하나 못했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달라진다. 어떤 부분에서 우리가 우세했고, 어떤 연유로 역사로 기억된 어느 날, 어느 사실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더 알고자 하게 될 것이다. 보통 두꺼운 책들은 앞 내용을 잊어버려서 다시 펼쳐 보기 일쑤인데, 이 책은 꽤 오랜 시간 집중하여, 앞으로 넘기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또 눈부시게 발달한 우리의 근현대가 사실은 과거의 어느 시점들로부터 꾸준히 영향을 받아온 것이라는 자각도 생긴 듯하다.

과거에서 이어온 과학문명사들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 새삼 느낀다. 저자의 말처럼 과거 누군가의 창의적인 생각이 내 삶에도 뭔가 영향을 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오늘 나의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도 생각해보게 되었고.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가장 큰 것은 결코 많은 학문들이 따로 떨어져 생각할 수 없구나 하는 것과 알고 보면 세상이 얼마나 더 재미있는지 하는 깨달음이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그런 깨달음을 선물했다. 아 이래서 그렇구나, 아 이게 이랬구나. 하고 말이다.

오늘 나의 삶이, 미래 어느 한 시점에 의미 있는 오래된 미래가 되길 바래 보며, 2천년의 지혜를 담은, 묵직한 책을 내려놓는다.




#협찬도서 #한국과학문명사강의 #책과함께 #신동원 #지금읽는책 #읽고있는책 #독서 #취미 #책읽기 #책추천 #책소개 #책마곰 #좋아요 #좋아요반사 #좋아요테러 #도서 #도서리뷰 #리뷰어 #독서감상문 #소통 #공감 #읽는습관 #책을읽읍시다 #책사랑 #책탑 #책속구절 #추천도서 #고대사 #역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